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 수락 연설을 위해 단상에 나서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 앞에는 ‘정권 재창출’이란 묵직한 과제가 놓였지만, 막판에 반영된 ‘대장동 민심’으로 턱걸이 과반에 그치며 ‘불안한 후보론’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졌다.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동요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다독여야 하는 숙제가 더 생긴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28.3% 득표에 그치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대장동 의혹으로 인한 민주당 지지층의 불안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다. 수도권 대규모 개발사업의 특혜 논란이 가뜩이나 폭발 직전인 부동산 민심과 맞물릴 수 있다는 여당 내부의 우려가 표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후보는 중도 확장에 대한 우려를 안고 본선에 오르며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됐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충청권과 1차 슈퍼위크 결과를 본 이낙연 후보 지지층이 3차 선거인단에 대거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장동 영향으로 인한 불안한 출발이라는 분석이 따라붙으며 중도 확장성이 힘들어보인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고 짚었다.
이 후보는 그간 ‘대장동 특혜 의혹’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을 펴면서 경선 중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따라 대선 본선에선 ‘외연 확장’을 위해 대응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최근 부동산 개발로 생긴 불로소득을 법적으로 공공이 환수하는 ‘개발이익 국민 환수제’를 도입해 토지개발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재명 불안론’을 잠재우고 ‘이재명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심겠다는게 이재명 캠프의 전략이다.
최고조에 달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쪽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건이다. 이 전 대표 쪽은 연일 ‘불안한 후보론’을 띄우며 이 후보 쪽과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최근 야당의 프레임인 “이재명 게이트”를 언급하고 “(이재명)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양 쪽의 골이 깊게 파인 상황이다.
이 후보 쪽은 ‘원팀’을 위해 당 중심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당 중심으로 하자는 입장”이라며 “이낙연 캠프 쪽 사람들을 앞에 내세워줘야 한다. 우리는 51%정도만 관여하고, 나머지는 당에 다 일임하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양 쪽의 ‘화학적 결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 쪽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시간을 만들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원팀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중 사퇴한 후보의 득표를 무효 처리한 것에 불만을 제기해왔던 이낙연 캠프 쪽이 향후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교체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후반기에 역대 가장 높은 국정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이 후보에게 딜레마로 작용한다. 정권 교체론을 뛰어넘기 위해선 현 정권과의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집토끼’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등 기본적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당연히 계승하겠지만 부동산 정책에선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인물’의 차별성과 정책 대안으로 정권교체론을 돌파하면서도 현 정부의 굵직한 정책 줄기는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보통의 경우 대선은 앞으로의 기대치가 반영되는 성격이 강한데, 이번에는 정치·경제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 않아 기존 판단을 바탕으로 한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정부에 대한 심판투표로 흐르면 이 지사에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권교체론이 높지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결 구도가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채경화 서영지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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