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인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홍준표(왼쪽부터)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전당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자로 최고 득표를 기록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되었음을 선포합니다."
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의 발표와 함께 환호성이 쏟아졌다. 직전까지 굳은 표정을 유지하던 윤석열 후보가 승리를 확정짓고 홍준표 의원과 먼저 포옹했다. 그와 홍 의원의 득표율 격차는 6.35%포인트. 당원 투표에서는 홍 의원을 압도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오히려 10%가량 뒤처진 결과였다. 수락연설에서 윤 후보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을 다시 소환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에만 충성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외압에 맞서는 ‘강골검사’의 탄생을 알렸던 한 마디가 8년 뒤 ‘대선 후보 윤석열’의 출사표가 돼버린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마지막까지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전당대회가 열린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은 행사 2~3시간 전부터 지지자들로 붐볐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이날 전당대회장에는 제한된 인원만 출입이 허용됐고 입장하지 못한 윤 후보와 홍 의원 지지자들은 기념관 앞 좁다란 길목을 사이에 두고 ‘응원전’을 벌였다. ‘상식·정의·공정’이라는 빨간색 글자가 쓰인 하얀색 풍선을 든 윤 후보 지지자들은 “용기 있는 검사 대한민국 진짜 검사”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선전을 기대했다. 반대편에 선 홍 의원 지지자들은 “정권교체 무야홍. 정권교체의 주역은 홍 의원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아침 무렵부터 이곳에 왔다는 윤 후보 지지자 권아무개(67)씨는 ”지금은 홍 후보가 미워죽겠지만 그래도 선거가 끝나면 또 한팀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 응원도 일부러 좀 작게 하고 있다”며 웃었다.
개표 결과 발표 전 단상에 오른 국민의힘 지도부는 ‘원팀’을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오늘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후보가 확정되어서 발표되면 저부터 그 후보를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대통령 선거의 전장에 뛰어가겠다”며 “여러분께서 각자 지지하셨던 후보들을 향한 열망을 민주적으로 선출된 후보에게 모아달라”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어떤 경우든 우리는 모두 승자다. 정권교체 위한 대의에 한배를 탄 동지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한마음으로 승복하고 똘똘 뭉쳐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오후 2시33분, 정홍원 선관위원장에게 당원 선거인단 투표 및 여론조사 결과가 전달됐고, 선관위원들은 개표를 위해 행사장을 빠져나와 별도의 장소로 이동했다. 이어 대선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되고, 이탈리아어 ‘승리(빈체로·vincero)’를 마지막 가사로 하는 푸치니의 ‘네순 도르마’가 흘러나왔지만, 후보들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대장동 일타강사’ 원희룡 후보는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고, 홍 의원은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최종 결과가 발표됐고 승자인 윤 후보가 수락연설을 마친 뒤, 패배한 세 후보도 각자 낙선 사례를 치렀다. 홍준표 의원은 엷은 미소를 지었고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 윤 후보께 축하드리고, 모두 합심해 정권교체에 나서도록 당부드린다”고 짧게 말했다. 단상에 올라 “홍 후보보다 조금 더 길게 말하겠다”며 운을 뗀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경선 패배는 저 유승민의 패배일 뿐 지지자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지지자들을 달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매일 왜 정치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정치를 해왔다. 우리는 매일매일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한다. 이 나라가 지켜온, 이 나라를 만들어온 보수 정치가 변화하고 혁신해서, 정치의 본질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정권교체 4개월 간의 길,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저 원희룡 역시 여러분과 함께 최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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