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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조국 사태’…민주당은 이때부터 길을 잃었다

등록 2022-06-09 05:00수정 2022-06-11 18:02

전문가 20명 가운데 12명이 ‘조국 사태’ 꼽아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진보-보수로 갈라졌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7차 촛불 집회가 2019년 9월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진보-보수로 갈라졌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7차 촛불 집회가 2019년 9월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당은 사람으로 치면, 민주화 운동도 하고 성실하게 잘 살아왔다고 믿는 ‘마음 좋은 중년 남성’ 같아요. 자신들의 범죄와 비리는 문제가 아니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고, 그게 지금 시대 상황과 충돌하는 거죠.” (홍혜은 공덕동하우스 대표)

더불어민주당은 어디서부터 길을 잃었나. <한겨레>가 지난 4∼8일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에게 ‘민주당의 최대 패착’을 물은 결과, 절반이 넘는 12명이 ‘조국 사태’를 중요 분기점으로 꼽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 ‘자신의 범죄·비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운동권 아저씨’라는 ‘위선적 기득권’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을 민주당의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진 “이 모든 사태의 시작”(김만권 경희대 교수)으로 꼽았다. 자녀 입시를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7가지 스펙을 꾸며낸 조 전 장관 부부의 모습이 “가족이 어떻게 계급 재생산, 권력 재생산의 철저한 기반이 되는지” 보여줬고 “사람들이 권력화, 기득권화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꿨다”(권명아 동아대 교수)는 것이다. 특히 보수 세력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온 민주당이 “사회 전반적으로 (보수 세력보다) 더 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이준한 인천대 교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조국 일가 의혹’을 개인의 위선을 넘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로 만든 것은 민주당의 대응이었다. “기득권이 됐다는 걸 정치적 수사로도, 정신적으로도 인정하지 못 하는”(손희정 경희대 연구교수) 민주당이 “상위층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모두의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할 일처럼 둔갑”(이승윤 중앙대 교수)시켰기 때문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모든 부모가 다 그런다는 식으로 구조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민주당이 원칙 없는 태도로 망가지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상류층의 탈법적 입시비리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한 당의 오랜 이념적 기반을 근본부터 흔들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로 상징되는 ‘팬덤정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적으로 벌려놓는 계기가 됐다. 홍혜은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서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내 자식이나 내 옆집 사람도 자식 대학 보낼 때 다 그랬다’고 ‘피의 실드’를 치는 지지자들을 보면서 놀랐다. ‘이게 민주당의 상식인가’하는 괴리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 당시 과도하게 공격을 받는다고 믿는 지지자들이 과도하게 방어하면서 이상한 진지전”이 벌어졌고 “맞불식의 팬덤 전략으로 강성 팬덤에 자꾸 의지하고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권명아 동아대 교수)도 있다.

‘도덕적 우위 균열→진보적 가치 왜곡 통한 정당화→팬덤을 중심으로 한 과잉방어’는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의 ‘행동요령’이 됐다. 민주당이 거듭된 광역단체장 성범죄 사건에 ”피해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진실게임에 동참”(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한 것이 한 예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대선·지방선거 패배는 ‘잘못은 인정 안 하고 비판자를 매도하는 정당’에 대한 심판인 셈이다.

민주당이 왜곡된 가치체계를 증폭하는 ‘필터버블’(선택적 정보 노출에 의한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순 와글 이사장은 “자기들끼리 필터버블 안에 도취돼 있는 동안 민주당을 지지했거나 우호적인 유권자들이 빠져나가면서 필터버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그게 연달은 선거 패배에서 드러났는데 버블 안에 있는 사람들만 안 보이는 것 같다. 민주당이 그걸 깨고 찢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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