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 패배 뒤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를 해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근거 삼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밀어붙여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불러온 데다,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이 계파적 배타성을 드러내 왔다는 불만이 당 안에서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는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처럼회 해체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내 친문재인계(친문계)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자, 처럼회 소속 친명계 의원들이 “이재명을 불러낸 게 누구냐.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두 세력 간 전선이 처진 게 시작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책임론을 펴는 일부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맹비난하며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동조 공격에 나섰다. 8월 전당대회 때 이재명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까지 겹쳐지며 상황은 계파 갈등 양상으로 비화됐다.
지난 11일에는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이 “처럼회 해산을 권유드린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이재명 강성 지지층의 ‘수박’ 비난을 거론하며 “이른바 친명 의원들이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들고 있다”며 처럼회 해체론에 불을 당긴 것이다. 여기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이상민 의원까지 “의원들도, 지지자들도 오염”돼 “민주당이 종전의 민주당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민주적이지 않다”며 처럼회 해체 주장에 가세했다.
‘검찰개혁’ 연구모임으로 시작…강성 지지층 구심점으로
민주당 에는 처럼회 외에도 고 김근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만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86그룹이 주축인 ‘더좋은 미래’(더미래), 친문계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등 다수의 계파적 성격의 친목·공부모임이 있다. 원내대표 경선이나 국회의장 후보 선출 등 당내 선거에선 주로 이런 모임을 중심으로 세 대결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수 많은 모임 가운데 유독 처럼회가 ‘해체’ 대상으로까지 지목되는 것은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견제구’ 성격도 있지만, 이들이 강성 지지층을 전유하며 거친 언어로 갈등을 부추긴다는 당내 불만이 누적된 탓도 있다.
처럼회는 2020년 6월 최강욱·김용민·김남국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 주축이 된 검찰개혁 연구모임으로 시작됐다. 그뒤 이른바 ‘검찰청 페지법’, ‘윤석열 출마금지법’ 등 강경한 법안을 쏟아내면서 점차 당내 강성 지지층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김용민 의원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고,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은 최강욱 의원이 원내대표 1차 투표를 통과하면서 적잖은 지지세를 과시했다. 현재는 22명까지 불어난 상태다.
처럼회 “계파 모임 아냐…섣불리 해체하면 분열 촉진” 반기
특히 이들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등 자신들의 의제 실현을 위해 강성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당내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한 재선 의원은 “검찰개혁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순간 ‘친검(친검찰) 의원’으로 분류돼 ‘좌표’가 찍힐 수 있다는 분위기가 당내에서 만연했고, 그 중심에 처럼회가 있다”고 했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해 진상규명 지시를 한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퍼부어진 ‘문자폭탄’도 ‘배타적 공격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처럼회가 주도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 통과 과정과 어설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대응이 6·1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강성 지지층에 올라탄 채 돈키호테식 정치를 펴온 처럼회에 대한 인내가 깨지기 시작했다”(초선의원)는 것이다.
처럼회 쪽에서는 이런 해체 요구에 대해 “처럼회는 계파 모임이 아니며, 섣불리 (해체를) 촉진하다 보면 분열이 촉진될 수 있다”며 반기를 들고 있다.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럼회도 지금의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지금 당이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서로 남의 탓은 좀 자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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