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낙연! 이낙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간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은 이 전 대표를 직접 보기 위해 공항을 찾은 지지자 1500여명(이 전 대표 쪽 추산)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모여든 지지자들은 공항 곳곳에 “보고 싶었습니다”, “귀국을 환영합니다” 등의 펼침막을 내걸고 이 전 대표를 기다렸다. 김철민·박영순·설훈·윤영찬·이개호·이병훈 민주당 의원 등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현역 의원들도 공항에 나와 이 전 대표를 맞이했다.
이날 오후 3시7분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한 이 전 대표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이낙연’을 외치며 환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낙연, 미래 희망 꿈’, ‘우리는 이낙연과 바다에 이르겠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고통을 겪으시는데 저희만 떨어져 지내 미안하다. 이제부터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인사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게 되는 지경이 됐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이로서 앞으로 ‘정치적 역할’을 해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대외관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며 “(일본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중단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대한민국을 더 존중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제가 외롭고 힘들었을 때 여러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견디기 힘들었다. 여러분의 온정을 잊지 않겠다”며 “차분하게 뵙고 말씀 나눌 기회를 꼭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10여분 간 말을 이어가는 동안 지지자들은 ‘이낙연’을 연호하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어달라”거나 “다음은 이낙연”이라고 외쳤다. 이 전 대표는 발언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복귀한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이재명계’의 정치적 구심점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과도한 정치적 행보에 나설 경우 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당내 정치와는 거리를 둘 거라는 게 당 안팎의 판단이다.
이 전 대표 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분간은 대학 등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고, 민주당 상황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도 “당장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의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게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전 대표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화합 차원에서 이 전 대표의 귀국을 직접 마중하거나 환영의 메시지를 낼 거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이 대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인천/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