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인해 수산물을 사먹기가 꺼려진다는 소비자 목소리마저 ‘선동’으로 취급하며 비판여론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저급한 괴담 선동이 있고, 이를 교묘히 편승하는 언론과 ‘노영’방송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지난 24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와 한국방송(KBS) ‘뉴스9’가 총 26개 꼭지 중 각각 15개, 13개를 할애해 오염수 방류 뉴스를 보도했다며 “불안을 조장하고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며 보도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날 박 의장이 언급한 뉴스 중에는 시장 상인이나 소비자의 의견을 전달한 뉴스도 있었다. 그가 지적한 문화방송의 ‘코로나는 비교도 안 돼, 다 죽게 생겼다’는 뉴스는 마산어시장 상인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였고, 한국방송의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소비 위축은 불가피’라는 제목의 보도는 오염수 방류 탓에 수산물 섭취하기가 꺼려진다는 시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인 박 의장은 △올 연말 배출되는 오염수 탱크의 삼중수소 농도는 지난 24일 처음 방류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보다 높다는 문화방송 보도 △코로나19 대유행 때처럼 수산업계에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를 담은 한국방송 보도도 거론했다. 그는 이 기사들이 “광우병 보도 시즌2”라며 “진실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오염수 괴담을 선동하는 데 진력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박 의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비판보도를 ‘가짜뉴스’, ‘괴담’이라고 비판해왔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3일 후쿠시마 오염수 비판을 ‘가짜뉴스’라 규정한 당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가짜뉴스, 가짜방송을 막 실어 나르는 가짜언론과 그리고 그걸 통해 돈을 버는 권언정 유착이 카르텔을 형성하는 게 오늘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민·상인들의 걱정과 우려를 담은 뉴스까지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는 것은 ‘언론의 비판은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상인이나 소비자를 직접 인터뷰한 내용까지 괴담 선동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보도됐다고 가짜뉴스라 치부하는 것은 결국 비판은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힘이 방송사 중 한국방송·문화방송만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서도 “(여당의) ‘공영방송 정상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방송·문화방송이 비정상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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