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5일 대통령실과 당정이 똘똘 뭉쳐 언론을 압박하고 나선 데는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김만배씨와 인터뷰를 한 뒤 1억6500만원을 받았다는 ‘도덕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지형이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임을 여당 지도부조차 숨기지 않는다. 게다가 검찰이 ‘가짜뉴스의 배후를 캐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한 수사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어, 언론과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고위관계자 성명’을 내어,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인터뷰가 “가짜뉴스,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가짜뉴스’라는 주장의 근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청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김만배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진술 등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최근 보도들이다. 이 관계자는 “조작 인터뷰를 4개 아이템에 할애해서 보도한 방송사 등이 있었다”며 대선 당시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들을 싸잡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이 전례가 드문 형식을 빌어 언론에 강경한 태도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은 윤 대통령의 불만과 불쾌감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의 인터뷰가 나오자 문화방송(MBC), 제이티비시(JTBC) 등은 연이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에서 접전을 벌이던 윤 대통령로선 대선 막바지에 악재를 만난 셈이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 수사 책임자였던 윤 대통령으로선 ‘무마’ ‘부실수사’ 등의 의혹 자체를 정치공작으로 여겼을 가능성도 있다.
여당에선 7개월 남은 총선에 대비하려면 언론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쇠고기 괴담’으로 식물 정부가 되지 않았느냐”며 “가짜뉴스·괴담에 밀리면 정권이 흔들릴 수 있으니 맷집을 가지고 (언론에) 강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장겸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장 등, 이명박 정부 등에서 언론장악의 상징으로 지목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런 매체(뉴스타파)는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위원장의 말에 “그것이 바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최종 단계”라고 했다.
이와 함께 여권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의 ‘배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거짓 인터뷰가 나오기 전부터 당시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들먹이며 ‘윤석열 대장동 몸통설’을 이슈화시키려 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공작의 배후를 밝히고 공모·동조자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가짜뉴스 카르텔을 영구히 퇴출시켜야 한다. 검찰은 국기문란 중대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고, 재판부는 엄히 다스려 선거조작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가짜뉴스 유포나 선거공작이 흐지부지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니까 정치·경제적으로 ‘남는 장사’가 되고,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반드시 투명히 수사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가짜뉴스 척결을 빌미로 언론과 민주당을 동시에 수사선상에 올릴 것을 예고한 셈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장관,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서 해당 인터뷰를 공작, 날조, 국기문란이라며 수사까지 예고한 것은 과잉 대응을 넘어 언론탄압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요 당직자는 “이념 공세를 밀어봤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수사 실패 물타기, 이 대표 단식에 관심이 모이는 데 대한 물타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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