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 여야 모두 상대 당의 제안을 마뜩잖아하면서도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터라, 윤 대통령 취임 뒤 첫 3자 회동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민생과 정치 복원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며 “경제 회복과 민생 챙기기를 위해 여·야·정,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과 대화해야만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야·정 회동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제안에 답변을 유보한 채 여론을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금 단계에서는 무엇이라고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동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26일 귀국하는 만큼, 그때까지 논의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 상황이 정리되면”이란 전제를 내걸고 윤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들과 ‘다대일’ 만남 성사 가능성은 열어둔 바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와의 일대일 회동에는 강하게 선을 그어왔다. 이재명 대표 쪽은 “윤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는 가지고 있다”며 “쇄신을 말하는 상황에서도 행동을 취하지 않고 야당과 대화를 거부하면 구두선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여야 대표 회동’ 제안을 사실상 거절당한 국민의힘은 박정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순방 중인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이 먼저여야 할 이유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비판하면서 “그럼에도 열린 마음으로 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강재구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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