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 발표에 이어, 엿새 만에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이끌어내는 등 대형 정책 이슈를 숨가쁘게 토해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의 한 방편으로 정책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국민 삶에 미치는 파장이 큰 정책들을 당내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크다. 꼼꼼히 따져 보면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내 위기감도 감지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자신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다른 이에게 빌려 팔았다가,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싸게 사서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원성이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국회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이 5만명을 넘어서고, 이틀 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여당은 금융당국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압박해왔다.
특히 김기현 대표가 ‘김포시 서울 편입 당론 추진’을 발표한 지난달 30일 이후엔 압박 강도가 더 세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5일 비공개로 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를 합의해 발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허용된 공매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 시장 육성”(김주현 금융위원장, 3월31일) 차원에서 완전 재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금융당국의 기존 태도와 배치된다.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이 총선을 앞둔 여당의 ‘국민의 뜻’ 명분 앞에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반대한 이유가 있을 텐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후폭풍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김기현 대표가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불쑥 내놓은 김포시 서울 편입도 ‘여론 반전 카드’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하남·구리·고양시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에선 ‘우리도 편입해달라’는 요구가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은 “시민들이 원하면 해야 하는 것”(김기현 대표)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런 게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위인 걸 사람들이 모르지 않는다. (당이) 일단 이슈를 지르고 보는 것이지, 실현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거 같다”며 여당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당 안에선 “정책 이슈를 선점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총선까지 남은 5개월이면 이슈를 검증할 시간이 충분하다”(영남 지역 의원), “빨리빨리 발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청회도 하고 토론회도 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급하다”(중진 의원)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위기를 돌파하려고 정책을 내놓는데, 현실성이 없어 포퓰리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도 “김포시 서울 편입은 여당 내에서도 ‘총선 겨냥해 헛다리 짚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 수도권 밀집이 심각한데, 더 키워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일단 던지기’ 전략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관계자는 “누가 봐도 논쟁적인,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공약을 계속 낼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그동안 민감해서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우리가 지금 발굴하고 있고, 그걸로 연말까지 이슈를 끌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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