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전 의원의 당원 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설화를 일으킨 인사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 배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부 인사들이 최 전 의원을 비호하고 나서는 등 막말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자 고강도 처방을 빼 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을 스스로 잘 지켜내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몸가짐, 마음가짐, 행동과 말을 철저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 좀 더 신중하게, 낮은 자세로,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글을 올렸는데, 거듭 의원들에게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의총에서 초선인 오영환 의원은 ‘청년 비하 현수막(펼침막) 논란으로 당이 추진하는 좋은 정책이 가려지고, 여성 비하 발언으로 우리 당이 추구해온 인권·평등의 가치가 완전히 무너졌다. 당대표의 경고에도 중심이 안 잡히고 있다’는 취지로 자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도부가 최 전 의원을 징계한 뒤에도 일부 당내 관계자들은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것은 잘 없다”는 그의 발언을 옹호하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 “표현의 맥락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를 지목한 ‘비유’였다. 그렇다면 이것이 여성 일반을 지칭하며 여성 비하로 읽어야 하는 보통명사인가?”라고 적으며 최 전 의원 비판을 반박했다. 앞서 지난 22일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한 유튜브 방송에서 “그 말을 왜 못 하나. (최 전 의원 징계에) 저는 굉장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설화 리스크가 총선을 앞두고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출마자들이 유튜브 방송 등에서 경쟁적으로 거친 발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막말을 하는 당내 인사에게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말로 징계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의 공천을 배제하는 등의 안이 거론된다. 당대표실 관계자도 “피선거권을 잃은 최 전 의원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은, 총선을 앞두고 막말을 하는 후보자에게는 출당 등의 강력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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