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1강4약’ 구도
세 후보 ‘이명박 대항마 자임’ 양보 쉽잖고
‘야합으로 비칠라’ 말 꺼내기도 조심
당 중진 “후보등록 전까지 가야 가시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15일 정동영 후보를 선출함에 따라,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기본 구도가 짜였다. ‘1강 4약’이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이명박이냐 아니냐’다. 절대강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예비후보, 이인제 민주당 예비후보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지지율로 보면 무모해 보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는 끝까지 자기 길을 갈 게 분명하다. 여론의 관심은 당연히 후보 단일화로 쏠린다.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61.8%의 응답자들이 후보 단일화에 찬성했다. 하지만 여망과 현실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후보 단일화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후보들이 제각각 본선에 나가면 진다고 판단해야 한다. 둘째, 단일화를 하면 이긴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셋째, 후보들 모두 ‘내가 최종 후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런 조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다만 한 후보의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한다면, 그래서 그 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해 승리 가능성이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정동영, 이인제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불법동원 논란을 일으켰다. 마주 앉는 것 자체가 서로 부담이다. 지분 협상을 하면 나눠먹기로 비칠 수 있다. 이런 판에 문국현 후보는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자세도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편이다. 정동영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앞만 보고 나간다”고 방향을 정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강래 의원은 “공식 협상팀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타이밍’이 무르익을 때까지 물밑에서 분위기만 탐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정치연합’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공식 창당(11월4일)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은 신당 내부의 ‘정동영 반대세력’을 흡수해 지지율을 올린다는 생각이다. 최종 후보를 양보한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언론의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단일화 협상은 공정한 규칙과 동일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대선후보로 정당하게 대접해 달라는 주문이다.
결국 세 후보 모두 각개약진하면서, 힘에 의해 범여권 단일후보를 ‘쟁취’하거나,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타협과 절충의 여지는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론’은 아직 생각하기도 어렵다.
‘고참 정치인들’도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지금 후보 단일화 얘기를 섣불리 하면, 선출된 후보에게 상처만 입히게 된다”며 “조건과 타이밍을 맞추려면 후보등록 직전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근태 의원도 “답답하고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후보 단일화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걱정했다. 감동이 없으면 야합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87년의 전례를 들어, 내년 총선 때문에 대선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후보 단일화의 위력은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입증됐다. 극적인 후보 단일화와 이로 인한 대선 승리는 거의 기적이었다. 기적이 세 번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야합으로 비칠라’ 말 꺼내기도 조심
당 중진 “후보등록 전까지 가야 가시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15일 정동영 후보를 선출함에 따라,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기본 구도가 짜였다. ‘1강 4약’이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이명박이냐 아니냐’다. 절대강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예비후보, 이인제 민주당 예비후보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지지율로 보면 무모해 보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는 끝까지 자기 길을 갈 게 분명하다. 여론의 관심은 당연히 후보 단일화로 쏠린다.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61.8%의 응답자들이 후보 단일화에 찬성했다. 하지만 여망과 현실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당사자들의 자세도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편이다. 정동영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앞만 보고 나간다”고 방향을 정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강래 의원은 “공식 협상팀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 ‘타이밍’이 무르익을 때까지 물밑에서 분위기만 탐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정치연합’이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공식 창당(11월4일)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은 신당 내부의 ‘정동영 반대세력’을 흡수해 지지율을 올린다는 생각이다. 최종 후보를 양보한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언론의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단일화 협상은 공정한 규칙과 동일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대선후보로 정당하게 대접해 달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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