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 발언 왜?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는 듯한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의 발언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문 후보는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단일화는) 일부 정치공학자들이 민심이나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얘기하는 것이다. 그분들(통합신당) 내부의 단일화가 안됐기 때문에 (외부와) 단일화를 얘기할 수 없고, 그것 정리하는 데만 11월 중순까지 갈 것”이라며 사실상 ‘단일화 무망론’을 폈다. 그는 24일에도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와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은 99%다”(9월5일), “국민이 원한다면 후보단일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9월12일)고 했던 말들에 견주면 전략적 궤도 수정으로 비칠만 하다. 익명을 요청한 통합신당 고위인사는 “후보 단일화 효과로 지지도에 탄력을 받으려면 늦어도 11월 초에는 논의가 시작돼 선관위 후보등록(25~26일) 이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과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문 후보의 발언은 단일화를 앞두고 벌이는 ‘샅바싸움’의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 통합신당 대선기획단의 민병두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후보의 단독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아마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그런 말씀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쪽도 ‘단일화 배제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고, 정 후보를 토론에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설명한다. 문 후보 캠프의 고원 전략기획단장은 “가치와 비전을 담지 못하는 단일화 논의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 정 후보에게 가치와 비전을 놓고 당당하게 논쟁해 보자는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자신도 이날 간담회에서 “제가 늘 국민을 앞에 두고 가치와 정책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건데, 그분들이 멀리하는 것”이라며 “텔레비전 토론을 같이 하자니까 한번도 안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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