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박상천 7일 회동 의견 나눠
신국환의원 ‘이인제론 안된다’ 탈당
‘이회창 충청 잠식’ 민주 단일화 압박 세져
신국환의원 ‘이인제론 안된다’ 탈당
‘이회창 충청 잠식’ 민주 단일화 압박 세져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범여권 후보들의 위기의식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한길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7일 저녁에 만나 후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선대본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친구’인 정동영 대통령 후보의 부탁을 받고 박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가 ‘민주당 쪽이 어떤지 만나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요청해서 박상천 대표를 만났다”며 “후보 단일화를 위한 공식적 논의 틀이 필요하다고 박 대표에게 얘기했고, 며칠 내로 연락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뚜렷한 합의는 없었지만, 단일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만들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박 대표는 주로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도 “협상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박 대표는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후보 단일화는 후보 등록(11월25~26일) 전에만 가능한 게 아니고 등록 후에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시한에 쫓겨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샅바싸움’ 성격도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당대당 통합을 바라는 정동영 후보 쪽과 달리, 1997년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 연합’(디제이피 연합)과 같은 ‘선거연합’을 선호한다. 내년 4월 총선의 지역구 공천까지 염두에 두면 지지기반이 겹치는 통합신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지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후보 단일화를 매개로 선거연합을 이뤄 공동정부로 가자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의 후보 단일화 압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상열 정책위의장은 8일 “세력통합이 개혁정권 수립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면 세력통합도 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이에 앞서 신국환 의원은 7일 “당과 이인제 후보의 대통합 의지가 약하다”며 탈당했고, 최인기 원내 대표도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탈당불사의 배수진을 쳤다. 호남권의 민주당 지지층은 최근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며 동요하고 있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충청권의 지지기반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인제 후보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 됐다. 이 후보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 후보에게 “중도개혁노선, 햇볕정책을 구출하는 연합전선의 구축”과 이를 위한 텔레비전 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단일화 요구에 응하되 일방적으로 흡수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문국현 후보 쪽은 ‘반부패 캠페인’을 앞세워 독자행보를 이어가며 지지세 확장을 꾀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일화를 위한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 후보 쪽 정범구 선대본부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원칙 없는 단일화, 무조건 한나라당은 안 되니까 머리 수 합쳐서 뭉치자, 이런 데는 응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후보가 먼저 제안한 반부패 연대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빠진 상태에서 정동영 후보와 양자 회동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김갑수 사이버대변인은 “민노당까지 합의해야 특검법 발의가 가능해진다”며 “문국현-정동영 양자 회동은 자칫 단일화 논의로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통령후보(왼쪽)가 8일 오후 서울 계동 국가청렴위원회를 방문해 이종백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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