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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재승 ‘뚝심’

등록 2008-03-05 22:00수정 2008-03-05 23:03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치 전진대회’에 참석해 누군가에게 손전화를 걸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치 전진대회’에 참석해 누군가에게 손전화를 걸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고집불통” 뒷말 듣지만
‘국민 눈높이’를 무기로
‘결기·지략’ 발휘하며
공천혁명 향해 성큼
성공여부에 관심 집중
“위원장이 너무 오버한다.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공천 배제 기준을 놓고 일대 격전이 벌어진 지난 4일 통합민주당 당사 회의실을 찾은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재승 위원장이 고집불통이라는 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벽창호 같은 박재승 위원장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공천혁명’을 관철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적 행보가 읽힌다.

4일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당 안팎에서는 “개인비리가 아닌 사안은 구제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공심위가 ‘합의 처리’를 공언했기에 ‘절충과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어떠한 예외규정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25분 동안 사자후를 토해냈다. 공심위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최고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기선 제압’이었던 셈이다. 상황을 낙관했던 정치인들로서는 허를 찔린 꼴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달 24일 공천심사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부터 나타났다. 손학규·박상천 공동대표가 ‘공천 혁명’을 요구하자, 박 위원장은 “제가 순진하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표들의 뜻을 따르는 형식을 갖추면서, 사실상 대표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당 지도급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 △세력 안배 없는 비례대표 공천 등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법조인답게 공천권 행사를 위한 치밀한 법률 검토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천 당규 제정 단계에서 “업무 처리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위원회 의결로써 정할 수 있다”는 위임규정을 당에 요구했다.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던 공천 배제 조항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공천 배제 기준을 확정한 5일 공심위 회의에서도 박 위원장은 얄미울 정도의 ‘지략’을 과시했다. 김충조 공심위원이 “어제 만장일치로 합의된 적이 없는데, 합의가 이뤄졌다고 브리핑을 했다”며 박경철 홍보간사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외부위원 한 분이 제 안에 찬성 의견을 밝혔는데, 당에서 오신 분들이 명백히 반대 의사가 없었고 웃음만 지으셔서 동의로 받아들였다. ‘전원 합의’라고 하는 게 부적당하다면, 표결 처리했다고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만장일치’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잡은 뒤, 실질적으로는 표결 처리로 배제 기준을 통과시킨 셈이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완급’을 조절하는 그의 ‘정치력’에 혀를 내두른다. ‘예외 없는 원칙 적용’으로 공천을 못 받게 된 한 중량급 정치인의 보좌관은 “위원장은 굉장히 정치적인 사람이다. 한 수가 아니라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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