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결산
1914건 법률 처리…호주제 폐지 등 개혁 성과
한나라 “신문·사학법 손보겠다” 무력화 위기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은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628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월 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유족들이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1961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진보 인사는 이로써 47년만에 눈을 편안히 감게 됐다. 이런 ‘명예회복’과 ‘위로’가 이뤄진 데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6년 재심 권고가 큰 힘이 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 주도로 통과된 ‘과거사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진보당 조봉암, 아람회, 오송회,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피해자들의 삶을 비틀어 버린 사건들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 권고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7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17대 국회가 지난 4년 동안 처리한 1914건의 법률 가운데는 우리 사회를 보다 개혁적으로 바꾸어낸 것이 적지 않다. 호주제, 사회보호법 등 소수자를 억압해 온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혼 가정 자녀들이 아빠와 성이 달라 고통을 받거나, 형기를 마쳤는데도 수년씩 구금되는 이중처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연관성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공직자윤리법), 비리나 직권남용을 저지른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 주민소환제(지방자치법) 등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친일파의 재산을 찾아내 국가로 귀속시키고, 사립학교 이사회에 학부모 등이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가 참여하도록 한 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신문법 개정 등은 16대 국회에서는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보수 세력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개혁성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도 많지만, 의회 권력이 진보개혁세력으로 교체되면서 이뤄낸 성과로 평가된다. 몇몇 개혁 법안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극심한 산통 끝에 태어나기도 했다. 사학법은 2005년 12월9일 본회의장에서 격렬한 몸싸움 속에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주민소환제 역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한나라당과의 물리적 충돌 속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이런 법안들에 대한 ‘뒷걸음’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특히 신문법과 사학법에 대해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2006년 당론으로 채택한 신문법 개정안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등 현행 신문법의 뼈대를 허무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언론 독과점의 폐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요한 재개정 요구로 지난해 7월 한 차례 수정됐던 사학법도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문제 등에서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원안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원안’은 개방형이사추천위 구성에서 재단 쪽에 힘을 실어줘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이지은 이유주현 기자 jieuny@hani.co.kr
한나라 “신문·사학법 손보겠다” 무력화 위기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은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628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월 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유족들이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1961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진보 인사는 이로써 47년만에 눈을 편안히 감게 됐다. 이런 ‘명예회복’과 ‘위로’가 이뤄진 데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06년 재심 권고가 큰 힘이 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 주도로 통과된 ‘과거사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진보당 조봉암, 아람회, 오송회,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피해자들의 삶을 비틀어 버린 사건들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 권고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7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17대 국회가 지난 4년 동안 처리한 1914건의 법률 가운데는 우리 사회를 보다 개혁적으로 바꾸어낸 것이 적지 않다. 호주제, 사회보호법 등 소수자를 억압해 온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혼 가정 자녀들이 아빠와 성이 달라 고통을 받거나, 형기를 마쳤는데도 수년씩 구금되는 이중처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연관성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공직자윤리법), 비리나 직권남용을 저지른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퇴출시킬 수 있도록 한 주민소환제(지방자치법) 등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친일파의 재산을 찾아내 국가로 귀속시키고, 사립학교 이사회에 학부모 등이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가 참여하도록 한 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신문법 개정 등은 16대 국회에서는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보수 세력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개혁성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도 많지만, 의회 권력이 진보개혁세력으로 교체되면서 이뤄낸 성과로 평가된다. 몇몇 개혁 법안은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극심한 산통 끝에 태어나기도 했다. 사학법은 2005년 12월9일 본회의장에서 격렬한 몸싸움 속에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주민소환제 역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한나라당과의 물리적 충돌 속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이런 법안들에 대한 ‘뒷걸음’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특히 신문법과 사학법에 대해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2006년 당론으로 채택한 신문법 개정안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등 현행 신문법의 뼈대를 허무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언론 독과점의 폐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집요한 재개정 요구로 지난해 7월 한 차례 수정됐던 사학법도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문제 등에서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원안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원안’은 개방형이사추천위 구성에서 재단 쪽에 힘을 실어줘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다.
17대 국회에서 처리된 주요 개혁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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