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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개헌동의 의원 159명 ‘권력구조 개편’ 군불때기

등록 2008-07-16 21:39

여야 의원 159명이 가입한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16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창립기념식을 연 뒤 토론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여야 의원 159명이 가입한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16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창립기념식을 연 뒤 토론회를 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출범
여야 지도부 “반대” 상황서 논의 본격 점화
학계·시민단체선 “저의 의심” 신중론 대두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국회에선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출범했다.

모임에는 개헌안 발의선(150석)을 훨씬 넘는 159명(한나라당 83명·민주당 44명·자유선진당 10명·무소속 16명·친박연대 4명·민주노동당 1명·창조한국당 1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개헌’에 대한 동의가 가입의 전제라는 점에서, 이 모임의 발족은 국회가 사실상 개헌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지난 2004년 학계에서 촉발된 개헌 논의는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정치권이 거부하면서 잠시 중단됐다 18대 국회 들어 재개되는 양상이다. 개헌론자들은, 현행 헌법이 지난 21년간의 사회 변화와 부조화 상태에 있으니 이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김형오 의장이 앞장을 서고 있고, 이만섭·박관용·김원기 등 전임 국회의장들도 거들기에 나섰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지금부터 논의를 서둘러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단일 개헌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야 지도부는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6일 현재 171석으로 개헌안 독자 발의가 가능한 한나라당은 언제라도 개헌을 주도할 수 있다. 하지만 촛불 시위 등으로 정권의 기반이 허약해지면서 개헌을 뒤로 미뤄놓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지난 15일 “어려운 시기에 개헌 토론을 벌이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며 “모든 현안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자기 이익을 헌법에 반영시키려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페이스를 흔들 가능성을 염려하는 듯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지금 국회는 보수세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그런 의회구도가 개헌논의에 반영되면 안되고 장기적으로 나라가 어떻게 가야하느냐는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독주가 가능한 현 의회구도에서 개헌이 자칫 ‘보수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개헌론을 거대 여당의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는 민주노동당은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개헌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싸워나갈 것”(이정희 원내 부대표)이라고 한다.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기 개헌논의를 희망하는 반면에, 각 정당 지도부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현상은 이채롭다.

학계에선 최근 정치권의 개헌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원들의 관심사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내각책임제, 이 둘을 절충한 이원집정부제 등 정부 형태에 편중돼 있다. 정치권 바깥, 특히 진보적 학계에선 행정부와 의회가 보수 일변도로 짜인 정치지형에서 균형 잡힌 개헌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그럴 바에는 아예 논의 자체를 미뤄놓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2004년 ‘헌법개혁론’을 주창했던 박명림 교수(연세대)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은 시민사회와 학계가 충분한 토론을 거칠 수 있도록 의회가 조금 더 기다릴 때”라며 개헌론과 ‘비판적 거리두기’를 주문했다.

반면에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는 정치권과 별개로 독자적인 개헌안을 만들어 공론에 붙여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당파적 이익이 숨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좌시만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87년 헌법에 고쳐야 할 내용이 분명히 있는 만큼 대안을 적극 모색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안수찬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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