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합의안
여야는 20일 동안의 기나긴 ‘입법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6일 저녁 합의문을 읽어내려가는 데는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장 큰 진통을 겪은 언론 관련법은 개별 법안들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모두 8개 언론 관련법 가운데 6개 법안은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으로 절충했다. 시기는 못박지 않고 ‘이른 시일 내’라고만 규정했다. 여기에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신문법, 방송법과 이와 관련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이 포함됐다. 2012년까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지원하는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 개정안’과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여기에 포함됐다. 언론 관련법 가운데 신문·방송 겸영 및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보유 허용과 관련 없는 언론중재법과 전파법은 8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2월로 합의처리 시점을 못박기를 원했던 한나라당과 시한을 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뜻이 절충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은 민주당의 의견이 대폭 받아들여져 미국 새 정부 출범 뒤 이른 시일 안에 협의처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틈날 때마다 ‘2008년 연내처리’를 외쳐 왔지만 우리 국회가 단독으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비준동의안 역시 구체적인 시한 없이 ‘이른 시일 내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지루한 연장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 법안’이라며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금산분리 완화는 여야가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두루뭉수리한 결론을 얻었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에 상정해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애초부터 “지금같은 금융위기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보다 금산분리 사수에 노력을 더 기울여 왔다. 국정원법·북한인권법·집시법 등 사회·인권관련법 10개도 장기전에 들어간다. 여야가 합의처리를 노력하되 2월 임시국회 각 상임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사회개혁법안은 애초 13개였지만 사이버 모욕죄와 종교차별금지법 2개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논란이 없는 법안들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안한 절차를 밟게 된다. 한나라당의 ‘중점처리 85개 법안’중 쟁점이 없는 58개 법안과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 53건 중 쟁점 없는 법안은 1월에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8일로 끝나는 이번 임시회에서 우선 처리한 뒤 시간이 더 필요한 법안들은 9일 다시 소집한 1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여야는 재외국민투표권 부여와 관련해 공직선거관계법 개정을 위해 여야 동수로 정개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수백만 재외국민의 표가 걸려 있는 만큼 여야가 각각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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