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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입법전쟁 ‘불씨’ 놔둔채 봉합…2라운드 2월로 유예

등록 2009-01-06 22:55수정 2009-01-07 00:30

문국현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세 교섭단체 원내대표회담에서 쟁점법안들을 합의한 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종식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문국현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세 교섭단체 원내대표회담에서 쟁점법안들을 합의한 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종식기자 anaki@hani.co.kr
첨예 대립법안 대부분 2월 임시국회로 미뤄
정부·여당 강경론 거세 ‘밀어붙이기’ 배제못해
여야의 기나 긴 ‘입법전쟁’이 6일로 1회전을 끝냈다. 여야는 이날 어렵고 힘들게 협상을 타결하면서도 예민한 쟁점법안 처리는 대부분 2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뤘다. 사실상 2회전을 예고하며 잠시 휴전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야의 본격적인 손익계산서 작성도 결국 2월 이후로 늦춰지게 됐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13일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법전쟁 선언부터 이날까지 ‘전광석화’와 ‘속도전’을 되뇌며, 85개 법안의 ‘(2008년) 연내 처리’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본회의장 선점으로 배수진을 친 민주당의 ‘옥쇄 전술’에 밀려 결국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애초 설정한 전략적 목표에 그런대로 다가서는 성과를 올렸다. 민주당은 큰 틀에서 내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 핵심법안과 인권·사회 관련 쟁점 법안은 자신들의 애초 요구에 가까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여야는 1월9일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하며 여야간 무쟁점 법안들만 골라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따라서 주요 쟁점법안 처리는 2월1일부터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 때부터 다뤄지게 됐다.

그러나 유예는 유예일 뿐이다. 정부·여당 내부에선 여전히 강경론이 우세하고, 이들은 되도록 짧은 “냉각기”(이상득 의원)를 가진 뒤 다시 밀어붙이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 5일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방송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연설에서도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터다.

더욱이 언론관련 법안 중 핵심에 해당하는 6건은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른 시일 내에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어 나중에 분쟁의 불씨가 될 개연성이 높다. 합의문에서 ‘이른 시일’과 ‘노력’에 방점을 찍을 여당은 한두 차례 합의를 시도하다 “필요한 노력을 다했는데 야당이 합의를 안 해주니, 이제는 …”이라며 표결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합의를 앞두고도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처리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야당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물론 ‘합의처리’에 주안점을 둘 야당은 여당의 일방통행을 막고 나설 태세다.

같은 맥락에서 “여야가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이른바 ‘사회개혁 법안’ 10건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하기로 돼 있어 다툼의 소지가 다분하다. 상정되면 여당은 내친 김에 합의처리를 서두르자고 할 것이고, 야당은 애초 합의와는 다르다며 처리를 미루려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에 협의 처리”하기로 돼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협의처리란 말에 토론하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 처리도 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다.


문구의 모호함과 다의성 탓에 여당은 합의문을 근거로 입법전쟁을 재개하고, 야당은 필사저지에 나서는 상황이 2월 초부터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본회의장 농성을 일단 해제한 야당이 2월에 또다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는 게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상황의 불가측성을 더한다.

강희철 최혜정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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