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엇갈린 반응
친이계 의원들 “국민 볼 낯이 없다” 강력 반발
민주 “악법상정 저지” 자평…일부 불만 드러내
친이계 의원들 “국민 볼 낯이 없다” 강력 반발
민주 “악법상정 저지” 자평…일부 불만 드러내
20여일 동안의 ‘입법전쟁’을 마친 여야 두 당의 표정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6일 저녁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친이명박계 의원들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반면에 민주당은 “그래도 엠비(MB) 악법 강행처리를 저지한 합의문”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한나라당은 172석의 거대 여당인데도 끝까지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모두 승리의 만세를 불러야 한다”며 협상을 진두지휘한 홍준표 원내대표를 추어올렸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의총에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으로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박진 위원장은 “외통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도 “유감이다. 불만스럽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주장했던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도 “국민들 볼 낯이 없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힘센 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 전부 불만이다”라고 쏘아붙였다.
청와대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동관 대변인은 보도진의 논평 요구에 “갈 길이 바쁜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이 한 템포 늦춰지는 게 아쉽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방송법 등 언론 관련법 강행 처리를 막아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방송법 등 언론 관련법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중점추진하던 법안인데 ‘합의처리’란 표현과 시한을 두지 않는다는 민주당 요구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한 재선 의원은 “82명밖에 안 되는 야당이 철야농성과 이번 합의문을 통해 악법추진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여당의 쟁점법안 처리를 일단 ‘스톱’시켜 놓고 후반전 싸움을 기다리게 하는 휴전합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완승’은 아니나, 절대 열세의 상황에서 ‘무승부’를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선전했다는 자평인 셈이다.
그러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기류도 있다. 특히 일괄 합의처리를 주장했던 언론 관계법 중 두 건이 ‘협의 처리’로 후퇴한 것 등을 두고, 합의문 작성 직전 민주당 내부에선 “더 얻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협상단 대표였던 원혜영 원내대표는 “합의를 위해 우리도 많이 양보했다. 그러나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에 7일 의총에서 승인받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송호진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최혜정 송호진 성연철 기자 idu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