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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형오 “민주주의 어려움 새삼 느껴… 속도 더뎠지만 전진”

등록 2009-01-06 23:13

김형오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구 거부로 여야 ‘대화의 장’ 이끌어
‘무소신·무결단 의장’ 정부·여당 비판 해소 과제
합의 이끈 김형오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은 6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최종 합의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모들에게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민주주의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속도는 더뎠지만 국민을 향해 전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 시작이니 민생 법안에서 쟁점 법안까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잘 진행시켰으면 좋겠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본래 강단이 있거나 주목받는 정치인은 아니다. 부산에서 내리 5선을 했지만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번번히 어려움을 겪었다. 박희태 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국회의장이 됐다는 수근거림도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 집무실을 점거했을 때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기자회견을 했다가 온갖 비난을 뒤집어 썼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들이 잘 모르는 장점이 하나 있다.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이번에 여야의 대화 재개와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는 데 그의 이런 합리성이 한몫을 했다. 문국현 원내대표와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홍준표 원내대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은 김 의장 때문이다. 5일 저녁 협상이 난항을 겪자 김 의장은 중간에 협상장에 들어가 “큰 틀에서 대화를 해 달라”고 강하게 종용했다. 그 덕분인지 대략의 합의는 이날 밤 다 이뤄졌다고 한다. 김 의장은 6일 오후 속개된 회담장을 찾아가 마무리 격려까지 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가 ‘직권상정 자제’를 결심한 것은 지난 3일쯤이었다. 의장 공관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면서 “내가 직권상정을 하지 않으면 여야가 대화에 나설 것이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처음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압력을 버텨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온갖 욕을 들어야 했다. 몇몇 신문은 그를 ‘무결단’ ‘무소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로서는 일생에서 처음 맛보는 수모였다고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국회 경위들을 본회의장 안으로 투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5선의 정치인답게 ‘대화’의 길을 선택했고,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다.


이번 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도 순탄할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 번져 있는 반감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새로 안게 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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