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무책임 극치” 등 공격
“사초실종 가당찮은 소리” 맞서
“사초실종 가당찮은 소리” 맞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이례적인 중간발표가 나온 뒤 정국의 주도권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 결과를 ‘사초 폐기’로 규정하며,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정치적 책임까지 거론하는 등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여론이 악화된 정국의 반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사초 실종 주장을 허구라고 반박하며, 지난 대선 당시 대화록 불법 유출과 활용에 대해서도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라고 주장하면서 수세 국면 탈출을 꾀하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을 복사한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서만 대화록이 발견됐다는 검찰 발표를 거론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초를 폐기하고 개인적으로 빼돌렸다. 누가, 왜, 누구를 시켜서 역사를 폐기했는지,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기에 역사를 지워버리려 했는지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대화록 초안 삭제 배경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뜨끔한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자존심이 깎이는 표현이 있어서 수정을 했다고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뚜렷한 근거 없이 추정을 전제로 노 전 대통령의 사초 폐기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 정치적 책임을 언급하며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서도 파상공세를 펼쳤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의원은) 이제 법의 심판을 받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선 후보였던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스스로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계 은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경남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가 국가기록원에 반환한 ‘봉하 이지원’에 대화록이 존재하는 만큼 ‘사초 폐기’는 물론 ‘사초 실종’도 말이 안 된다며 거듭 반박했다.
김영근 수석부대변인은 “사초 실종은 가당찮은 소리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관계자들이 유세장에서 낭독한 대화록은 어디서 난 것인가? 실종됐다고 하기 전에 대화록을 입수한 경로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는 대구 지역 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초연금 축소 논란 등) 미묘한 시점에 검찰의 정상회담 회의록 수사에 대한 중간발표가 있었다”며 “정황에 따른 소모적 억측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 당시 선거캠프에 대한 대화록 사전 유출과 대선 유세 활용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검찰 중간수사 발표로 민주당이 또다시 수세에 몰리게 됐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과거에 우리는 악재가 터지면 행정 각 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책을 앞당겨 발표하도록 한 적은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소수의 전략팀이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까지 완벽하게 장악해 정국을 공세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 판단, 결정, 실행의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 시간 누수가 전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성한용 선임기자, 김남일 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