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박정희 정권때 만들어
“신분보장 빌미로 수사권 침해”
국정원직원법 개정 필요 제기
“신분보장 빌미로 수사권 침해”
국정원직원법 개정 필요 제기
검찰 등 수사기관은 국가정보원 직원을 수사할 경우, 이를 사전에 혹은 동시에 국정원장에게 알려줘야 한다.
1963년에 만들어져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이 조항이 수사기관의 수사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정원 직원들에게 과도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10월 말부터 시작될 국정원 개혁 논의에 이 조항의 개정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직원의 ‘신분보장’을 담고 있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3조는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려면 미리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현행범으로 구속했을 때도 지체 없이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며 △수사를 개시·종료한 때에도 곧바로 국정원장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을 구속·체포하려면 그 전에 내사나 수사가 필요한데 이러한 사실과 혐의 내용을 국정원장에게 미리 알려주고 수사를 하라는 셈이다.
지난 17일 검찰 수뇌부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의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을 업무에서 배제할 때 이유로 든 것 중 하나도 이 조항이다. 이 조항은 반세기 전인 1963년 5월 처음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직원법’에서 비롯됐다. 그 뒤 일부 토씨만 바뀌었을 뿐 ‘통보하여야 한다’는 강제 사전 통보조항은 50년째 그대로다. 국가안전기획부 ‘엑스(X)파일’ 사건이 터진 2005년, 해당 조항을 폐지하자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심재철·유기준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수사에 중요한 것은 밀행성인데 수사 개시 사실을 피의자 쪽에 통보하게 되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며 “국정원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하는 조항(23조3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보장돼야 하지만 지나친 신분보장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에 오래 근무한 한 인사는 20일 “국정원이 왜 수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식의 특권의식이 반영된 조항이다. 상식적으로 국정원 본연의 업무에 관한 것으로 법조항을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첩 등 국정원의 임무가 아닌 불법행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다른 법률에 (공무원들에 대한) 이 같은 신분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도 “정보기관의 특성상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처럼 법으로 예상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법률가의 양식과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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