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맨 아랫줄 오른쪽 셋째)와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돌아간 뒤 연설 내용을 비판하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정원 특위’ 제안-거부 안팎
박 대통령 여야합의·정상화 채근에
여당, 공론화 진전 ‘특위’ 수용
야당엔 부담·정국 돌파구 ‘다목적’
“대선개입 특검 놔둔채 어불성설”
민주당 반발…대치국면 길어질듯
박 대통령 여야합의·정상화 채근에
여당, 공론화 진전 ‘특위’ 수용
야당엔 부담·정국 돌파구 ‘다목적’
“대선개입 특검 놔둔채 어불성설”
민주당 반발…대치국면 길어질듯
* 양특 : 대선개입 특검·국정원 개혁 특위
새누리당이 18일 민주당에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개혁특위) 설치를 위한 협상을 제안한 것은, 여야 합의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한 후속 조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할 특검 도입이 없는 특위 설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여야 대치 국면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뒤 오후 늦게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급히 소집해 야당이 요구해온 ‘양특’(특검과 특위) 가운데 특검에 대해선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특위는 국회 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수용할 수 있다며 야당과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특위의 내용과 형식을 포함한 전반적 내용은 최경환 원내대표가 전권을 갖고 야당과 협상에 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예산안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합의해주면 특위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특위 수용 배경에 대해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에 그런 제안이 이뤄졌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특위 구성은 이미 지난 7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도 어느 정도 합의가 됐지만 여당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위 수용이 ‘정치적 카드’가 아니라 여당의 반대를 설득하며 야당에 성의있는 제안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에선 이런 제안을 굳이 이날 내놓은 것을 두고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뒷받침하면서 야당에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미 지난주부터 “특검은 안 되지만, 특위는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결국 박 대통령과 여당이 내부 조율을 거쳐 시정연설을 통해 야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정국 돌파구를 마련하는 ‘정치적 카드’로 특위 수용안을 활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의 이런 전략은 민주당의 거부로 일단 난관에 부닥쳤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특별검사에 의한 (대선개입 의혹) 진상 규명과 국회 특위를 통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한 패키지”라며 “어느 하나는 수용하고 어느 하나는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특위뿐만 아니라 특별검사에 의한 진상 규명이 동시에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진상 규명은 도외시하고 재발 방지만 논의하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정 수석부대표)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1년 가까이 온 나라를 뒤흔든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사건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뤄둔 채 국정원 개혁 논의를 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위는 국정원법 개정을 논의할 정도의 권한이 보장돼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제안한 특위는 단순히 공무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을 고리로 정의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국정원 개혁 국민연대’까지 결성한 민주당 입장에선 특검을 관철시키지 않고는 쉽사리 물러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정쟁’을 중단하자고 특검과 특위를 제안했는데, 반쪽짜리로는 그럴 수가 없다. 새누리당도 이 상황을 털려면 특검을 해서 나오면 나오는 대로 사과하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대응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수헌 조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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