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황식 전 총리(왼쪽)가 16일 오후 같은 당 소속인 이혜훈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악수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차기 대권 도전 묻자 즉답 피해
박원순 시장·당 경쟁자들 견제나서
박원순 시장·당 경쟁자들 견제나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역전 굿바이히트”를 공언한 김황식(사진) 전 총리가 언론에 ‘사흘 연속 출장’하며 경선 몸풀기를 마쳤다. ‘이명박 정부 최장수 총리’라는 꼬리표와 친박근혜계 지원설 등을 두고 야권은 물론 같은 새누리당 후보들의 비판과 견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김 전 총리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살률 등 서울의 고통지수는 전국 최고다. 경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민께 희망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출마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화합의 서울시장 △문제해결의 시장 △미래개척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14일 귀국 일성으로 “(출발은 늦었지만) 야구로 말하면 역전 굿바이히트를 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과시한 김 전 총리는 15일 새누리당 입당과 동시에 공천을 신청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총리 재임 시절 진행됐던 4대강 사업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화하는 것을 의식한 듯 적극 방어에 나섰다. 그는 출마 회견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사업 시행과정에 담합과 일부 부실공사가 있었지만 4대강 사업 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하고 합당한 사업이었다”고 옹호했다. 차기 대권 도전을 묻는 질문에는 “서울시정 발전을 위해 전념하겠다는 말로 대신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쪽은 곧바로 김 전 총리의 출마회견문에 반박 자료를 내놨다.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살률이 계속 늘었지만, 서울의 자살률은 2013년 들어 6년 만에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정을 운영했던 새누리당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4대강 대독총리’라고 지칭됐던 김 전 총리는 5년간 21조원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단한번이라도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있느냐”고 공격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도 “김 전 총리는 4대강 사업에 무한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경쟁자들의 견제도 거세졌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정몽준 의원은 전날 “야구로 치면 앞서가는 쪽이 대개 이긴다. 연세가 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셨으면 한다”며 자신보다 3살 많은 김 전 총리에게 자신감을 보였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도 “누가 (뒤에서) 민다는, 수준 낮은 플레이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이른바 ‘친박계 지원설’ 차단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뒤늦게 출마선언을 한 탓인지 구체적인 공약 제시보다는 일단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는 출마회견장에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과 외신기자를 대동하고 나타나 ‘글로벌 서울시장’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출마 회견에 통역까지 동원되자, 새누리당 쪽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출마 회견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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