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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점 치닫는 새누리 내분

등록 2016-02-18 19:09수정 2016-02-18 22:33

친박 “공천룰 분란” 집단 공세에 최고회의 파행 아수라장
김무성 “미운놈 쳐내고 자기사람 공천 절대 안돼” 맞받아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당규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그러한 언행도 분명하게 용납하지 않겠다.”(서청원 최고위원)

1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4·13 총선 ‘공천 내분’으로 난장판이 됐다. 전날 전략공천의 길을 트려는 친박근혜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제지하고 나선 김무성 대표를 향해, 친박 최고위원들이 집단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면서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당내 권력투쟁의 민낯’은 50여분간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공천이 다가오면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계파들의 다툼도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회의는 무거운 침묵으로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에 이어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례적으로 공식 발언을 하지 않고 마이크를 넘겼다. 전날 ‘우선추천지역 광역시·도별 할당’(이한구안)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이 격한 ‘말 폭탄’을 주고받은 뒤여서인지 비박, 친박 두 계파의 수장 모두 확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였다.

‘신친박’을 자처하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짧은 침묵을 깼다. 그는 “당헌·당규를, 공천 관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당을)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쓸데없는 분란과 갈등을 막는 길”이라며 김무성 대표를 ‘혼란 유발자’로 지목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공관위가 자율성과 독자성을 가지고 당헌·당규 정신을 받들어 운영하면 된다”며 김 대표를 향해 ‘간섭 자제’를 촉구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에서 가장 책임 있는 분들이 막가파식 공중전을 통해서 (보이는)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면 참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굳은 표정으로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김 대표가 “과거에 있었던 미운 놈을 쳐내고 자기 사람을 심는 공천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략공천 제로’ 원칙에 거듭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곧바로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이 대표 독선이나 독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순식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김 대표가 “그만하세요! 회의를 그만하겠다”며 벌떡 일어나 자리를 떴다. 상기된 얼굴의 서 최고위원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들 뒤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당 잘 돌아간다. 나라가 이 지경에 처했는데 지도부는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이느냐”고 했다. 비공개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결국 열리지 않았다.

공천 갈등의 뇌관인 공관위에서도 ‘내전’은 이어졌다. 김 대표와 가까운 홍문표 1사무부총장은 “이한구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운영해 문제를 일으켰는데, 오늘 한말씀 하고 넘어가자”며 이 위원장에게 공개적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오히려 이것은 개혁하겠다는 사람하고 기득권을 수호하겠단 사람들 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우선추천지역제를 통해 부적격 현역 의원을 솎아내야 한다는 친박을 ‘개혁 세력’으로, 전략공천을 완벽하게 차단해 의원들의 인위적 물갈이를 막아야 한다는 김 대표를 ‘기득권 세력’으로 프레이밍(구도화)한 것이다.

친박이 ‘김무성표 상향식 공천’을 무너뜨리려는 데 사활을 거는 것은 ‘친박 신인’들을 최대한 입성시켜 당내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의 세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크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친박계에선 “김 대표가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현역들이 좋아하는 상향식 공천을 고집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현재 당에는 비박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친박이) 4월 총선에서 세력을 확대해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갖겠다는 뜻 아니냐”며 “개혁공천의 진정성이 있다면 자기들부터 ‘내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하라’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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