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친박계 전략공천 밀어붙이기
굴복땐 리더십·대선주자 위상 타격
최고위·공천관리위 친박계 다수
기댈 곳은 비박계 현역의원들
여차하면 의총 소집할 기세
굴복땐 리더십·대선주자 위상 타격
최고위·공천관리위 친박계 다수
기댈 곳은 비박계 현역의원들
여차하면 의총 소집할 기세
“이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의 굳은 결심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공천 룰 갈등으로 아수라장이 된 ‘난장판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에 절대로 관여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단, 당헌·당규의 입법취지와 의원총회를 거쳐 최고위에서 의결된 공천 룰을 벗어나는 행위는 절대 허용하지 못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당헌·당규상의 여성·장애인 우선추천 지역을 시·도마다 최대 3곳까지 선정하겠다며 사실상 전략공천의 물꼬를 트려 하자, 김 대표의 말도 갈수록 비장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해온 ‘상향식 공천’(또는 ‘국민공천’)이 도전받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 사태 뒤 원유철 원내대표를 새로 합의추대할 때도, 황진하 사무총장을 임명할 때도 당사자들과 독대하며 “상향식 공천을 꼭 지켜낸다”는 다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구 공관위원장 인선 때도 김 대표가 친박계와 갈등을 벌이면서 끝까지 확인하려 한 게 상향식 공천에 대한 입장이었다. 대통령과 당대표, 특정 계파 모두 ‘내 사람 내리꽂기’(전략공천)를 포기하자는 소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전략공천을 허용해주고 나면 김 대표는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향후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위상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상하이 개헌 발언’,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유승민 축출’ 등의 국면에서 “굴신”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청와대·친박계에 몸을 낮춰왔다. 그가 상향식 공천제를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며 완성했다”고 의미부여하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김 대표에게 ‘전략공천 제로(0)’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하지만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 외에 김 대표가 ‘이한구 공관위’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공천 룰 결정권을 가진 공관위와, 공관위의 중요 결정을 의결할 최고위원회 모두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어, 김 대표는 ‘외로운 섬’ 처지다. 김 대표 스스로도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공천 다툼이 격화할 경우 김 대표가 기댈 곳은 현역 의원들이다. 이번 싸움은 김 대표의 소신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한구의 칼’을 맞을까 걱정하는 다수 비박계 의원들과, ‘친박’의 울타리를 보호막으로 삼고 있는 의원들의 생존게임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한 총선 예비후보는 “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려고 할 때 현역 의원들은 ‘나도 예외라는 보장 없다’며 불안해하기 때문에 의원총회에 공천 룰 논의를 부치면 다수가 김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17일 “의총 소집”을 언급하고, 측근 의원들이 소집 요구 요건(당 소속 의원 10분의 1 이상 서명)을 채워놓고 때를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학용 의원은 “의총 소집 요구서 제출은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공천장의 최종 결재권자인 건 맞지만 ‘직인’ 싸움이나 의총 대결까지 가면 총선에서 지는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김 대표와 친박계가 물밑 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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