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 신청자 면접 심사에서 부산 사하구갑 김장실(왼쪽부터), 김척수, 허남식 후보들의 인사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시작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칼바람’에 새누리당에도 냉기가 몰려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 칼자루를 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도 전략적 변화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며 현역 물갈이를 위한 공천 룰 변경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더민주의 현역 의원 10명 컷오프를 어떻게 보나?
“국정 발목 잡고 민생 외면하던 사람들을 솎아내지 않아서 알맹이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 보기에 과단성 있게 비칠 것이다. 야당으로서 잘한 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공천 룰이 현역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서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지금 고칠 수 있나?
“시스템을 바꾸려면 굉장한 각오를 해야 한다. 최고위원회가 정신을 바짝 차려서 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오랜 논란 끝에 ‘전략공천(내리꽂기) 배제’와 ‘상향식 공천’을 뼈대로 한 공천 룰을 마련했다. 이 위원장의 언급은 지금이라도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와서 공천 룰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나?
“야당이 저 정도 수준에서 컷오프를 멈추면 우리 당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야당 컷오프가 추가로 몇개 더 나오면 상황은 확 바뀐다. 국민들은 내용 못지않게 숫자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그 충격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다. 그런 경쟁에 불이 붙으면 당내에서 이런 주장들이 나오지 않겠느냐.”
-이 위원장이 적극 나설 생각인가?
“공관위원장이 직접 나서면 ‘개혁이냐 수구냐’가 아니라 ‘친박, 비박’ 얘기로 흐른다. 나는 일단 공관위원장으로서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대한도로 개혁적 공천을 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현재 룰대로는 야당에서 하는 정도로는 못 한다. 당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변화를 할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에 최근 이 위원장이 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부터 쳐낼 것이라는 실명의 ‘살생부’가 돌고 있는데.
“나는 친박이 누군지 비박이 누군지도 모른다. 기준에 안 맞으면 탈락시키는 것이지, 찌라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당원명부에 ‘유령 당원’이 포함된 점을 두고 당내 논란이 있는데.
“당원명부를 신뢰할 수 없으면 그걸로 경선을 할 수가 없다.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후보 간에 합의가 안 되면 (당원 30%, 국민 70%가 아닌)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로 가야 한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부터 이날까지 자신이 주재한 당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갔다. 공천 룰 변경이나 사실상의 전략공천 허용을 꾀하는 공천관리위와 친박계에 대한 반감과 압박의 표시로 해석된다. 비박계는 친박계가 선거구 획정을 늦추고 공천 관련 논쟁을 일으켜 “이제 경선할 시간이 없다”며 전략공천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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