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왼쪽ㆍ대구 동을)과 이재만 예비후보(전 대구 동구청장)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면접심사를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현역 물갈이’설로 뒤숭숭한 대구·경북 지역 공천 면접심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됐다. 현역 의원들에겐 “박근혜 정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이, 현역이 아닌 후보들에겐 “박근혜 정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게 찍혀 원내대표직을 물러난 유승민 의원과 ‘진박’(진실한 친박)임을 내세우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대결하는 대구동을 면접은 40여분이나 이어져 다른 지역구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진행됐다. 유 의원은 6층 면접장 복도 대기석에서 손깍지를 끼고 입을 꾹 다문 채 차례를 기다렸다. 땀을 닦는 듯 손바닥을 무릎에 비비기도 했다.
공천관리위원들은 유 의원에게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당론과 배치되지 않는지 검증하는 취지의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론 위배’는 공천 부적격자 기준에 해당한다. 유 의원은 면접 뒤 기자들에게 “주로 원내대표 할 때 대표 연설 등에 대한 질문이 좀 있었다”며 “제가 했던 대표 연설은 우리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게 전혀 없다. 거듭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확인했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이 연설로 박 대통령과 사이가 더욱 멀어졌다. 대신 ‘혁신 보수’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당론 배치에 대한 말은 없었고 잘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대구·경북이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대통령께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그게 국가발전이고 국민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전 청장은 또 “과거 처음 구청장 공천받을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공천 신청도 안 한 사람을 공천해, 내가 중앙당에 문제제기를 해서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고 유 의원과의 ‘악연’을 소개했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경쟁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겐 여론조사 지지율이 부진한 이유를 캐물었다고 한다. 김 전 지사는 “대구 현안을 아직 충분히 모르기 때문인데 많이 개선됐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으로서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는 점을 강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도 “박근혜 정부에 도움이 안 됐다는 비판에 대해 (공관위원이) 물어봐서, 앞에 나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나는 뒤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오후 휴식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 성공’ 관련 질문이 많은 것에 대해 “우리가 시켜서 그런 건 아니고 (위원들이) 알아서 했을 것”이라면서도 “왜 그러냐면 대구·경북에서 주민들의 이슈는 ‘너희들 (19대 국회의원) 당선시켜 놨는데 뭘 했느냐. 청와대가 개혁하는 데 앞장선 사람이 누가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최근 대구·경북 지역 특정 예비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 얘기다. 이 위원장은 이어 “‘진박’이란 분류는 안 좋아하는데 (후보자들이) 다 자기는 친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상하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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