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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종인, ‘1석 잃어도 득이 크다’ 판단…일부 “보수 프레임에 놀아나”

등록 2016-03-14 19:20수정 2016-03-14 22:25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 앞서 굳게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 앞서 굳게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친노 좌장’ 이해찬 공천 배제 왜?

김종인 의지 강하게 작용
“시간 더 주자” 만류에도 강행 지시
김 대표, 문재인에 전화 양해 구해

이해찬 “사심공천” 반발
28년 전 13대 총선 ‘악연’ 거론
“선거활동 예정대로” 불복 시사

김종인-문재인 갈등 비칠 우려
문·친노의원쪽 동조할지 미지수
“보수언론 프레임에 놀아난 셈이다. 이게 ‘친노(무현)’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나.”

14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심사 결과 발표에서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탈락이 확정되자, 이 전 총리와 가까운 문재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총리의 공천 탈락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경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전 총리 공천 탈락에는 김종인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비대위원들 다수가 ‘꼭 오늘 발표해야겠느냐’며 만류했지만, 김 대표가 강행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의 원로이니 스스로 용단을 내릴 수 있게 시간을 주자’는 비대위 내 다수 의견에도 ‘더 끌어 좋을 게 없다’며 김 대표가 발표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런 김 대표의 의중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났지만, 좌장 격인 이 전 총리가 건재하는 한 더민주에 덧씌워진 ‘친노 정당’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는 ‘정무적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김 대표 주변의 설명이다. 김 대표도 13일 문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체 선거판을 생각할 때 이 전 총리의 공천 배제가 불가피하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쪽 관계자는 “이 전 총리를 정리한다는 방침은 일찌감치 김 대표 머릿속에 있었지만, 마땅한 대체후보를 찾지 못해 시기를 미뤘을 뿐”이라며 “세종시 의석 하나를 잃더라도 당 전체에는 득이 크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전 총리를 공천 탈락시키더라도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6선 의원이 탈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이날 ‘공천 불복’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탈락 사실이 발표된 직후 지역구 시의원·상무위원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공천 탈락은) 김종인 대표의 아픈 기억에 대한 사심이 작용한 오판이자 정치보복”이라며 “선거활동을 예정대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서 민정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자신에게 패한 김 대표가 ‘사심 공천’을 했다는 얘기다. 당시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김 대표를 5000여표 차로 이겼다.

변수는 문재인 전 대표와 당내 친노 의원들의 동조 여부다. 현재로선 개인적 불만을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 구명’에 나설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실제 당에서 이 전 총리 용퇴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쪽도 친노 인사들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 재임 시절인 지난해 9월, 당 혁신위원이던 최인호 부산사하갑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님의 한 석’보다도 ‘우리 당의 열 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시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며 용퇴를 압박한 바 있다. 문 전 대표도 지난 12일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과 통화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정무적 판단뿐 아니라, 세종시 완성의 적임자가 이 전 총리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달라’는 취지의 완곡한 당부를 전하는 데 그쳤다.

한편, 이 전 총리가 탈락하고 친노·친문(재인) 성향 초·재선 의원들이 살아남은 것을 두고 당내에선 ‘상징성’이 있는 중진들은 공천에서 배제하되, 경쟁력을 갖춘 초·재선 현역 의원들에겐 기회를 주는 김 대표의 ‘친노 색깔 빼기’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문희상(5선)·유인태(3선)·노영민(3선) 의원 등 ‘현역 하위 20% 컷오프’에서 1차로 물갈이된 인사들과 이날 이 전 총리와 함께 공천에서 탈락한 5선의 이미경 의원은 대체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 쪽 중진들이다. 반면 ‘친노·친문’ 색채가 강한 김태년·홍영표·박남춘 등 초·재선 의원들에겐 단수공천을 줬다. ‘호남·중도층 구애’와 ‘당선 가능성’이란 실리를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이란 분석이다.

이세영 이승준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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