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 한겨레 자료사진
팬 카페에 ‘정청래 컷오프’ 개입 의혹에 대한 반박글 올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이 최근 논란이 됐던 정청래 의원 컷오프 등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공천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본부장은 15일 회원들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팬 카페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 ‘공천 개입설과 관련된 이철희의 입장’ 글을 실었다.
그는 글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헌은 총선기획단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내가 공천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청래,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내리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추인한 것일 뿐 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하루 전날인 14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의당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은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라고 지목해 논란이 일었다. ( ▶관련기사 유시민 “정청래 컷오프는 박영선·이철희 작품” )
이철희 본부장은 박영선 더민주 비상대책위원과의 녹취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도 설명했다. 그는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가 발표되던 날, 공천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보고 박영선 비대위원과 짧게 대화했다”며 “언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더니 박 위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부정적 여론은 예상했던 바고, 그 때문에 앞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출입하는 오프라인 신문기자들은 오늘 발표가 좀 약하다는 평가를 내린다고 했더니 (박 위원이) 그런 이야기에 절대 휘둘리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며 “이게 전부”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제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제가 져야 하지만, 사실관계를 오해하거나 왜곡해서 가하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청래, 이해찬 의원을 좋아하는 분들이 당의 결정에 화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분들이 소중하다고 해서 충분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끝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선한 눈망울을 믿고 정치에 다시 뛰어들기로 결심한 까닭은 보수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라며 “우리끼리 싸우면서 누구에게 해코지 하거나, 누군가의 졸개 노릇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16일 서울 영등포 당사 앞 ‘정청래 구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현장을 찾아 “우리 당 승리를 위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 당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이철희와 함께하는 사람들 카페 화면 갈무리
◇ 다음은 이 본부장이 팬 카페에 올린 ‘공천 개입설과 관련된 이철희의 입장’ 전문
마음이 참 무겁고, 착잡합니다. 요즘 이런 게 정치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당의 총선기획단에 한 자리를 맡고 있는 터라 당이 져야 할 부담을 제가 나눠지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오해받고 있는 부분이 있어 많이 속상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총선기획단에는 여러 본부가 있습니다. 전략기획본부를 비롯해 경선관리본부, 메시지본부, 조직본부, 정세분석본부 등이죠. 제가 당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전략기획본부장입니다. 당의 총선 전략을 전반적으로 기획하는 역할입니다.
총선에 나갈 후보를 심의·결정하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총선기획단과 별도의 조직입니다.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당 당헌은 총선기획단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관위가 후보 공천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여론조사는 정세분석본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제게는 공천에 관여할 권한이 없습니다. 저라고 왜 개별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없고, 판단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워낙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공천 아닙니까. 별 거 아닐지라도 제가 다른 말을 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서 그것조차 조심해왔습니다.
공천관련 논의를 하는 비대위 회의에는 비대위원만 참여할 뿐 저 같은 본부장들은 배석조차 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청래,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공관위가 내리고, 비대위가 추인한 것일 뿐 저와는 무관합니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 컷오프와 관련해서도 저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습니다.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가 발표되던 날, 오전 10시 당 대표실에서 ‘더불경제콘서트’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정론관에서 진행되던 공천 발표가 길어져서 브리핑을 30분 늦추기로 하고 참석자들끼리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천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보고 박영선 비대위원과 짧게 대화했습니다.
언론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더니 박 위원은 SNS에서의 부정적 여론은 예상했던 바고, 그 때문에 앞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사실상 반대의견을 개진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제가 국회 출입하는 오프라인 신문기자들은 오늘 발표가 좀 약하다는 평가를 내린다고 했더니, 그런 얘기에 절대 휘둘리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제가 져야 합니다. 그걸 회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조직인으로서 조직의 결정 때문에 받는 비판은 싫어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 또한 마다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오해하거나 왜곡해서 가하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정청래 의원, 이해찬 의원을 좋아하는 분들이 당의 결정에 화를 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소중하다고 해서 충분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해서는 안됩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선한 눈망울을 믿고 정치에 다시 뛰어들기로 결심한 까닭은 보수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끼리 싸우면서 누구에게 해코지 하거나, 누군가의 졸개 노릇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다는 제 약속, 잊지 않고 있습니다. 허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