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낮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서 승강기에 올라 눈을 감은 채 문이 닫히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청원(왼쪽부터),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가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회의는 김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소집 자체를 반대하자, 원 원내대표가 소집해 열렸다.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새누리당이 비박근혜계·친유승민계의 ‘무더기 공천 탈락’을 놓고 지도부 내분이 깊어지며 당이 두쪽 났다. 17일에는 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뿐만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의 외부 출신 위원들까지 일제히 김무성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친박계 최고위원 5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연 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김 대표가 이재오·진영·조해진 의원 등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을 거부한 데 대한 친박 최고위원들의 집단항의였다. 김 대표와 비박계인 김을동 최고위원은 간담회 개최 사실을 통보받지도 못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어제(16일) 최고위원회의가 정회된 상태에서 당대표가 (공관위 의결을 보류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내일(18일) 당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천에 대한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집안 꼴이 이 모양이 돼서, 또 (김무성 대표가) 가장으로서 역할에 대해서 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김 대표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김 대표가 전날 전격 보류시킨 ‘단수추천지역 7곳, 우선추천지역 1곳’에 대한 공관위의 공천안을 추인할 방법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가 소집을 허락하지 않은 ‘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이 방망이를 두들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현행 당규 37조에 따르면 ‘임시회의는 의장(당대표)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급해진 친박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에게 “공천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공격의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의 내분 속에 오후에 열린 공관위 전체회의도 난장판이 됐다. 친박 성향 외부 위원 5명이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깼다”고 반발하며 30분 만에 회의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최공재 차세대문화인연대 대표 등 외부 위원들은 기자들에게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의 결정을 의결하고, 김 대표가 사과하지 않는 한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김 대표는 “당대표로서 당헌·당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노력은 계속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공관위의 ‘비박근혜계 학살공천’을 당장 받아들이지는 않을 뜻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다만 “경선 결과들이 나오면 내일(18일) 한꺼번에 모아서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측근인 김학용·권성동 의원을 불러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18일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더라도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대해서는 의결을 보류할 걸로 본다”면서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 소집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공천은 새누리당을 파탄 낸 패착 중의 패착”이라며 “의원총회 소집 요구 등 동지들의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