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때마다 청와대에 꼬리 내려
이번에도 뾰족수 없어 ‘후퇴’ 전망
이번에도 뾰족수 없어 ‘후퇴’ 전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제 의지할 것은 당헌·당규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날에 이어 17일 아침 예정돼 있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측근 의원 몇 명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로서 당헌·당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수호 의무’라는 멋들어진 말에 걸맞은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굳이 김 대표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김 대표를 향해 대놓고 “바보 같은 소리 한다”고 말할 정도다.
당 관계자는 “결국 김 대표가 최고위를 열어 공천관리위 결정을 승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 스스로 임시 최고위를 열겠다고 예고한 18일이나, 정기 최고위가 열리는 21일 아침에는 상황이 정리될 거란 얘기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 유승민 축출, 살생부 파문 때 큰소리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청와대에 머리를 조아린 것을 두고 ‘김무성의 30시간 법칙’이란 말이 나돌았다. 이번에도 이 법칙이 맞아떨어지면 김 대표가 입을 타격은 크다. 이미 그의 리더십 상실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많다. 낙천한 유승민계 조해진 의원은 이날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러니 이한구 위원장이 대놓고 무시, 조롱, 능멸하지 않느냐”고 아픈 말을 던졌다.
수도권 지역의 한 비박계 의원은 “결국 대표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면피하며 적당히 넘어가든지, 아니면 공천장에 도장찍기를 거부하거나 대표직 사퇴 카드를 꺼내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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