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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끝내 못 뭉쳤던 ‘동상이몽’ 야권…대선에선 뭉칠 수 있을까?

등록 2016-04-17 16:31수정 2016-04-18 08:05

총선 당일 각 당 표정. (왼쪽부터)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한겨레 자료사진
총선 당일 각 당 표정. (왼쪽부터)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한겨레 자료사진
김의겸의 우충좌돌

총선 끝나자 야권 ‘대선 방법론’ 경쟁

후보 통합경선
정권 교체뒤 연립정부 구성
당끼리 신뢰·공정룰 전제돼야
당대당 통합론
안철수 독자 완주 의지 강해
보수표 끌어오는데도 한계
대선 결선투표
선거법·헌법 고쳐야 가능
여당 반대로 현실성 떨어져
4·13 총선 결과의 ‘충격과 흥분’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 고민이 시작됐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마음이 조급한 건 이번 승리의 바탕이 그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를 만든 건 오롯이 국민의 힘이지 야당이 구도나 전략, 정책을 잘 짰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이번 총선의 교훈을 꼽으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당이 서로가 서로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때 자신의 텃밭으로 여겼던 호남에 국민의당이 튼튼히 뿌리 내렸으며 새누리당 지지자의 표를 가져오는 데 국민의당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당도 더불어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하고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력을 발휘한 점 그리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개혁성향의 표를 끌어오는 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총선은 서로 떨어져 치름으로써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런 ‘행운’이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 세력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이다. 야권에서는 지금 다양한 논의가 시작됐다.

‘마이 웨이’ 의지 강한 안철수…통합론 향방은?

유승희 더민주 의원은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당선소감으로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앞장서 이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경쟁자였지만 어차피 함께 할 ‘형제’라는 생각이 바로 표출된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당선 직후 “정권 교체를 하려면 반드시 야권 통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한길 의원도 “국민의 분노를 온전히 담아낼 큰 그릇을 야권이 빚어낸다면 정권 교체의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독자 완주’ 의지가 강하다. 그는 15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대 1 구도로는 절대로 못 이긴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층이 많다. 그 분들 표현을 그대로 하면 ‘죽어도 2번은 안 된다’고 한다”며 “그 분들 없이는 정권교체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합치는 순간 개혁적인 보수층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평소 신념이었는데 총선 승리로 더 굳세졌을 것이다.

표의 확장이라는 효율성 측면에서도 통합은 정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분열은 필패’라고 많이들 생각들 했지만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두 당이 한 몸으로 있을 때는 가져오지 못한 표를 쪼개짐으로써 새로 얻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영남의 표를 얻었고 국민의당은 보수층의 표를 가져왔다. 즉각 다시 통합한다면 이들 표를 원래 자리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다음 대선에서 승산이 적어진다. 새로 온 표가 야당의 피가 되고 살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통합논의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두 당 자신의 지지기반을 동원해내고 합쳐야 효과가 있다. 급하게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없다. 두 당의 지지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앞줄 오른쪽)·천정배(앞줄 가운데) 공동대표와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박지원 의원이 선창한 “오케이(OK) 3번”을 따라 외치며 활짝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 안철수(앞줄 오른쪽)·천정배(앞줄 가운데) 공동대표와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박지원 의원이 선창한 “오케이(OK) 3번”을 따라 외치며 활짝 웃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결은 다르지만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통합론도 있다. 김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소 정당이 여야를 왔다갔다하게 되면 존재감이 없어지게 된다”며 “국민의당도 그런 운명을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제3당은 결국 선거 때만 존재할 수 있을 뿐 나중에는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업으로 치면 적대적 인수·합병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 안철수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확보하고 있고,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선거 이전의 당과는 확연히 다르다. 상대의 존재감과 역량을 인정해야 현실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환영받는 ‘대선 결선투표’…문제는 선거법 개정 산 넘어야

안철수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선투표’ 얘기도 꺼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르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의 결선 투표가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의당 당론이기도 하다. 정의당은 오래전부터 주장해왔고 더불어민주당도 환영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새누리당은 결사 반대다. 야당이 분열돼 있는데 남 좋은 일을 시켜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큰 장애가 있다. 180석을 넘겨야 한다는 국회선진화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것이다. 야 3당을 다 합쳐야 167석인데 그 힘만으로는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 여야 사이에 법 개정 합의가 이뤄지려면 새누리당도 분열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여도 야도 모두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어,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합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원심력이 그리 크지 않다.

또 법학계에서는 안 대표 주장과 달리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설사 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한 뒤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여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더라도 새누리당이 헌법재판소에 가져가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야권 후보 전체가 한 울타리서 경합’…통합경선과 연립정부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는 17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야권의 대통령 후보 전체가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통합 경선을 해야 한다”며 “그 길만이 지지기반이 각기 다른 각 당이 힘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하나로 모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 3당이 각자의 대선 후보를 뽑은 뒤 나중에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는 2단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야권의 모든 대선 주자들이 참여해 ‘한방’에 결정을 짓자는 것이다. 더민주의 문재인 박원순 김부겸 안희정,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정의당의 노회찬 심상정 등이 100만~200만명 규모의 경선에 참가해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통합 경선은 연립정부 구성과 한 묶음이다. 경선 전에 각 당이 2017년 정권 교체 뒤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승자 독식이 아니라 떨어진 후보 쪽도 일정한 몫만큼 권력에 참여하게 된다. 과거 후보 단일화 논의가 후보 중심으로 이뤄진 것에 비해 세력 대 세력의 논의여서 서로를 구속하는 힘이 강하다. 후보 개인끼리 이해충돌이 있더라도 세력이 완충 작용을 해주는 장점이 있다. 야권은 이미 1997년 디제이피(DJP) 연합을 통해 공동 정부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당시 디제이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제이피의 자민련보다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의 간격이 이념적으로나 인적 구성 면에서 훨씬 가깝다.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이 방안은 과거 몇차례 이뤄진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의 교훈에서 나온 방안이다. 정해진 규칙도 없고 성사 가능성도 낮은 피를 말리는 협상이었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후보 뿐만 아니라 지지세력도 상처를 받는다. 특히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작은 정당의 후보는 사퇴 압박을 받게 되면서 흔쾌한 동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여권과 보수 측의 공세도 거셀 것이다. 그러나 통합 경선을 하게 되면 이런 어려움들이 극복된다. 통합 경선은 거대한 용광로가 되어 서로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이질적인 지지층을 하나로 녹여낼 수 있다. 정권 교체 뒤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전략이다. 2011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와 박원순 시민후보 사이의 경쟁이다. 3만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하고 60%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야권 통합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그게 시장 선거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서로간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두 야당은 한편으로 경쟁하면서도 한편으로 협력하면서, 분당 과정에서 쌓인 감정적 앙금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공정한 경선 규칙을 세우고 치밀한 경선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부겸 당선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국 안철수 대표나 문재인 전 대표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큰 토대만 만들어준다면 대선 전에 따로따로 갈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통합 경선 방안은 야권 통합과 결선투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천호선 전 대표는 “각 당이 자기 정체성을 정립해나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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