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0일 대전 유성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7년도 전국여성위원회 연수에 참가해 양향자 최고위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내 말) 어디에 미르와 케이(K)스포츠재단을 두둔하는 내용이 있었나?”
20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워크숍에 나온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날 부산 토크콘서트에서 한 ‘선한 의지’ 발언과 관련해 “동영상을 봐라. (언론이 보도한 것과) 취지가 다르다. 왜 자꾸 싸움을 붙이느냐”고 항변했다. 안 지사는 19일 부산대 행사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누구라도 (시작은) ‘선한 의지'로 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도)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해 시비를 자초했다.
안 지사가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처음이 아니다. ‘사드 재협상 불가론’에 이어 최근 ‘대연정’ 발언으로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지만, 문재인 전 대표 등 민주당 주류 쪽이 큰 문제를 삼지 않아 논란이 확대되진 않았다. 하지만 안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20%선을 넘어선 지금은 상황이 간단찮아 보인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와 ‘친문재인계’ 인사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 믿는다”면서도 “불의에 대한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세울 수 있는데, 안 지사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 국민이 추운 겨울날 촛불 들고 고생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며 탐욕을 채웠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 지사와 좀체 각을 세우지 않던 문 전 대표로선 비판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다른 ‘친문’ 인사들의 반응은 더 공세적이었다. 진성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실망스럽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자들의 ‘선의'를 거론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서 “안 지사는 선한 의도로 말했겠지만, 앞서 나온 ‘대연정론 전과’ 때문에 세상은 (안 지사 발언을) 마냥 선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안 지사 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안 지사가 ‘반어적 표현’이라 거듭 해명했는데, 왜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으론 ‘자성’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파른 상승세에 취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냐는 것이다. “외연 확장도 중요지만, 당내 경선을 생각해서라도 전통 지지층을 끌어안을 카드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안 지사 주변에서 나왔다.
하지만 안 지사의 선거 전략상 ‘방향 선회’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다선의원은 “안희정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중도·보수층’은 안희정과 ‘정치적 일체감’이 크지 않다. 안희정이 야당의 전통 노선으로 회귀한다고 여기는 순간 ‘산토끼’처럼 흩어질 것”이라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왼쪽 지지층은 이미 문 전 대표에게 결집해 있어, 안 지사로선 오른쪽 지지세를 계속 키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근의 ‘보수 친화 행보’가 단지 개인의 철학과 소신에 따른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 안희정’의 검증 국면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지지율 올리는 건 ‘바람’으로 가능하지만, 오른 지지율을 지키는 건 ‘능력’이다. 새로운 가치지향적 의제를 던지든 정책적 식견을 보여주든, 안 지사 스스로 ‘위협적 2위’에 걸맞는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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