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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두루뭉술하거나 꼬투리 잡거나…정책논쟁 아닌 언쟁

등록 2017-04-20 21:45수정 2017-04-21 10:46

-한겨레 자문단, TV토론 평가-
특정주제·특정후보에 질문 쏠려
노동·문화 등은 아예 언급 안돼
보수층 잡으려 안보공방 치중
1대1 집중토론 등 도입 필요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 20명은 지난 19일 밤 진행된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 대해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념공세 등 네거티브 논쟁에 치중하느라 정책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나마도 특정 주제와 특정 인물에 질문이 쏠려 다양한 논의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 과거에만 머문 외교안보 논쟁 국가보안법이나 햇볕정책, 주적 등 이념공방으로 치우친 데 대한 비판이 많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0일 “현 안보위기 해법에 대한 생산적 토론보다는 과거 사건과 연결지어 이념성향을 확인하는 논쟁으로 흘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수 후보들이 안보 이슈를 쟁점화해 보수층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유승민 후보가 색깔논쟁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는데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북핵, 사드, 주적 논란 등에 대해 안정감 있고 노련하게 답변했다”(조세영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소장)와, “안보 이슈에서 균형감은 있지만 분명한 입장 전달에는 미흡했다”(윤희웅 센터장) 등 평가가 엇갈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 다양한 분야, 깊은 정책토론 안 돼 경제·사회·교육·문화 부분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가 증세를 수반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하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자신의 전망(중부담 중복지)을 분명히 밝혔다”고 평했다. 문재인 후보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을 두고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출문제인데 문 후보가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홍준표 후보에 대해 “‘서민 대통령’과 전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상위 20%가 전체 94%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홍 후보의 주장은 소득 약자들의 세부담과 그에 따른 조세 부정의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는 처사”라며 이렇게 말했다.

■ 토론 형식·후보 태도 문제도 자문위원들은 “안보나 증세 같은 특정 이슈를 제외한 다른 주제들은 토론이 어지럽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노동·문화 등은 언급도 안 됐고, 그나마 교육 분야에서 안철수 후보의 교육부 폐지나 학제개편 공약이 논의된 게 전부다. 이혁규 청주교대 교수는 “무상급식 논란도 홍 후보 개인의 공격을 넘어 교육복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기석 강원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략적으로 사실 확인이 곤란한 문제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등 수준 높은 토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자문위원들은 ‘1 대 1’ 집중토론이 빠진 점, 질문과 답변 시간을 구분하지 않은 채 ‘시간 총량’만 할당해놓다 보니 특정 후보가 답변만 하다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점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후보 간에 공방의 짝을 맺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박기용 홍용덕 오윤주 기자 kml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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