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꽃다발을 든 채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민의당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가 27일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귀환했다. 지난 5·9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석달 남짓 만에 정치 전면에 복귀한 그는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단단한 대안야당의 길에 나서겠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안 신임 대표는 이날 대표 수락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독선과 오만”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여권을 겨냥해 “13명의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 “하루에 몇 개씩 평생 달걀 먹어도 걱정 없다고 큰소리치는 모습에는 그들만의 코드인사가 부른 오만함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특히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으로 규정하며 “배타적인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인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표 출마선언 때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겠다”며 내세운 ‘극중주의’와 같은 맥락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보다는 ‘견제’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안별로 이뤄져온 ‘국민의당-민주당’ 공조가 약화하고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인사”,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주변 세력을 제대로 관리 못하는 무능”,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공약” 등을 언급하며 현 정부 주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안 대표 선출에 “정부·여당을 견제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당과의 공통점을 내세우며 사안별 공조를 계속 요청할 뜻을 내비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공약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전당대회장을 직접 찾아 협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당대표에 선출돼 “정치적 생명”은 얻었지만, 안 대표의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국민의당 ‘간판’인 안 대표는 이날 절반을 약간 넘긴 득표율(51.09%)로 간신히 당선되며 ‘체면치레’를 했다. 안 대표는 경선기간 내내 당의 주축인 호남 의원들로부터 ‘사당론’, ‘책임론’ 비판에 휩싸였고, 이에 안 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득표율 51.09%는 안철수라는 ‘이름값’에는 못 미치지만, 안철수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당원들의 고민이 함께 반영된 수치인 셈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안 대표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안 대표는 당분간 ‘자강론’을 앞세우며 당 추스르기에 나서는 한편, 지방선거(내년 6월) 준비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민주당에 밀리고, ‘제보조작 사건’ 등의 여파로 5% 안팎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존재감’을 각인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 혁신 △인재 영입 △개헌, 선거법 개정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에 장진영(46)·박주원(54) 후보가 선출됐다. 또 당연직 최고위원인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에 각각 박주현(54), 이태우(29) 후보가 당선됐다. 박주원 최고위원과 이태우 청년위원장은 안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한편 이날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 대표가 새 정치 리더십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안 대표는 “민생과 국익에 기초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국정 운영에 협조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문 대통령께서도 국회와 진정한 대화를 통해 협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안 대표 쪽 관계자가 전했다.
최혜정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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