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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당내 성폭력 있었다”…정의당의 #미투

등록 2018-02-08 11:31수정 2018-02-08 21:54

이정미 대표 ‘특별 기자회견’ 열어
정의당 안팎 성폭력 피해자들에 사과
이날 피해자 ‘2차 가해’ 당직자 직무정지

“지지 잃을까 소극대처하지 않았나 반성”
“정의당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셋째). 한겨레 자료사진.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셋째). 한겨레 자료사진.

“기다리게 해서, 혹은 먼저 용기내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8일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해 반성문을 썼다. 이 대표는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입을 열어야 할 주인공은 그들 피해여성이 아니라 비난하고 침묵했던 조직과 단체들에 있다”고 말했다. “한 명의 여성 정치인으로, 정의당이라는 조직의 대표로서, 미뤄두었던 의무를 다하려” 반성문을 썼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폭력 만이 아니라, 정의당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에 대해 먼저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여의도(정치권)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이라며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상대정당을 비난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폭력 문제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날 정의당이 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으면서,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해결을 방해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인 정의당 안에서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돌이켰다. “광역시도당의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동료 당직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부문 조직의 위원장이 해당 부문의 여성당원에게 데이트를 요구하며 스토킹을 하고, 전국위원이 데이트 관계에 있는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제명되는 등 여러 사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시간 저의 기자회견을 직접 보거나 혹은 글로 접하게 될 피해자 여러분께 정의당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로 정의당의 반성문을 마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의당에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당규가 있고, 당직자 성평등 교육이 의무화돼 있지만 “제도가 성폭력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허다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며,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구성원의 의지”라며 “피해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의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미 대표의 기자회견문 전문.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합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ME TOO(미투) 운동이 재개됐습니다. 제가 재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 100인위원회, 2016년 #OO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 성폭력 피해자들은 언제나 말을 해왔습니다.

지금 재개된 미투운동은 모두 과거형의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사회가 제때에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입니다. 목격자는 침묵하고, 가해자는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동안,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결국 그들은 수개월, 때로는 십수년,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용기를 냈습니다.

지금 입을 열어야 할 주인공은 그들 피해여성이 아닙니다.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피해자 개인에게 용기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전가입니다. 지금 입을 열어야 할 의무는, 비난하고 침묵했던 조직과 단체들에 있습니다. 한명의 여성정치인으로, 정의당이라는 조직의 대표로서, 오늘 저는 미뤄두었던 자기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정당조직 또한 성폭력 문제의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에는, ‘숨어 있는 안태근’이 없습니까?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이라면, 우리 사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의도야말로 성폭력이 가장 빈번한 곳입니다. 여성 정치인, 여성 보좌진, 여성 언론인에 가해지는 성폭력은 일상적이지만 유야무야되기 일쑤입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각 정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습니다. 성폭력 문제는 더 이상 상대정당을 비난하기 위한 정쟁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폭력 문제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정의당의 반성문을 제출합니다. 조금 전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저는 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결정했습니다. 해당 당직자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으면서,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해결을 방해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일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인 정의당 안에서 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광역시도당의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동료 당직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부문조직의 위원장이 해당 부문의 여성당원에게 데이트를 요구하며 스토킹을 하고, 전국위원이 데이트 관계에 있는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언어적 성폭력을 저지르고 제명되는 등 여러 사건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씀드린 대로 가해자의 상당수가 당직자였습니다.

대표인 제가 다 파악하지 못하는 사건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 저의 기자회견을 직접 보거나 혹은 글로 접하게 될 피해자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정의당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많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성폭력 그 이상으로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좌절합니다. 사건이 벌어진 직장이나 단체가, 외부의 시선을 이유로, 조직을 위한다는 핑계로 문제를 무마하거나 덮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1표가 중요한 정당으로서, 비난을 받고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 성폭력 사건을 불투명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았는지 저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성폭력 가해자인 당직자가 신속한 징계절차를 밟게 하는 대신 권고사직을 하게 하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당내 징계절차가 있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 해결 중 가해자가 완고한 자기논리를 앞세워 책임지기를 거부하거나, 탈당 등의 방식으로 징계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두려움과 소극성 대신 적극적 리더십과 결단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2012년 정의당 창당 이후 최고위원과 부대표 그리고 대표까지 맡으며 빠짐없이 지도부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기다리게 해서, 혹은 먼저 용기 내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로 정의당의 반성문을 마치지 않을 것입니다. 당내 성폭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기반성과 성찰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의당은 이미 잘 정돈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당규가 있습니다. 선출직은 물론 임명직 당직자에게도 성평등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성폭력을 막지 못했습니다. 결국 허다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며,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구성원의 의지입니다. 피해자들이 애타게 기다리거나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의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정치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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