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의 복당에 대해 19일 불허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정 전 의원에게도 ‘성폭력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자, 잇따른 ‘미투’ 폭로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에서 추미애 대표가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뒤 언론 브리핑에서 “최고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정 전 의원의 복당 불허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열린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서 정 전 의원의 복당 신청이 불허됐고, 최고위가 이를 추인했다는 게 백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는 “공식적인 절차는 없었지만 정 전 의원이 (당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 관계와 관련해 다툼이 있고, 미투 운동의 기본 취지가 고려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아직 사실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은 최근 미투 운동 국면에서 추 대표 등 지도부가 밝혀온 무관용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추 대표는 정 전 의원 논란과 관련해 당직자들에게 “이번 사안에서 미적거리면 미투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피해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비서 성폭행 의혹이 보도된 뒤에도 긴급 최고위를 소집해 1시간 만에 ‘출당·제명’이라는 강력한 징계를 결정했다. 유력한 차기 충남지사 후보로 떠올랐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폭력 문제가 아닌 사생활 문제로 논란을 빚을 때도 자진사퇴를 압박해 사태 확산을 막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당 지도부가 책임을 다한 것이지만 “여성대표 체제이기에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런 위기 상황에선 조금만 좌고우면해도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 추 대표가 안희정 사태 당일 최고위를 소집하거나 3일 연속 낮은 자세로 사과하는 걸 보며 미투 운동 관련해 원칙이 분명하단 걸 확인했다”며 “여성이기에 사태를 보는 관점과 피해자에 공감하는 정도가 달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민주당 출마자들에게 1시간의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남인순·정춘숙 등 여성운동가 출신 의원들을 전진 배치하고 출마자들과 관련한 성범죄 연루 제보를 일부 검증하게 한 것도 추 대표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추 대표는 국내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미투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1월29일)에 앞서 1월10일 추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성폭력에 대해 미투 운동이 제대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민주당이 일상의 성폭력, 성희롱과 맞서 싸우는 여러분의 편이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미투 운동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었지만 국내에선 생소했던 시기라 지금 미투 운동을 제안하는 건 뜬금없지 않겠냐고 조언한 기억이 난다”며 “그런 원칙이 분명하지 않았으면 유력 정치인들에 그렇게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듯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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