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전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여야 정치권의 계산도 분주해졌다. 회담일이 6·13 지방선거 하루 전날이어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4·27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의제가 지방선거 이슈를 뒤덮은 상황에서, 선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역사적 외교 이벤트’가 표심에 어떻게 반영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 화해기류를 타고 고공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기대감에 차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야당 지지층은 투표장에 올 유인이 좀 약해지고 우리쪽 지지층은 결집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중도층 표심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런 기류가 엿보였다. 추미애 대표는 “모든 것을 낙관하긴 어렵지만, 확인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감안하면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며 “평화가 일상이 되는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대중 정부가 2000년 4·13총선을 사흘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고, 노무현 정부는 대선을 두달 앞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열었지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내심 고민이 깊다. 한 중진 의원은 “솔직히 시기상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지도부 의원은 “안보에는 ‘안전판’이 필요하고, 경제에선 민생 위기를 심판해야 한다는 점을 호소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층 ‘결집’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시기상 북-미 정상회담 ‘블랙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기존 지지율과 구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선거가 된다. 적폐청산에서 남북관계로 바로 구도가 전환되는 형태가 돼, 야당의 ‘민생 심판론’이 큰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평화 구도에 대한 민심은 이미 지금의 여론조사에 상당히 반영돼 있어 구도가 많이 변하진 않을 것 같다”며 “여당의 우세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유경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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