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대구시 동구 봉무동 텍스타일콤플렉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 필승결의대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미북정상회담을 한다고 오늘 발표했다. 얼마나 북한과 문재인 정권이 지방선거 전에 정상회담 해달라고 사정을 했겠는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로 확정된 것을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선거 하루 전에 회담 개최를 요구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홍 대표는 11일 대구 텍스타일콤플렉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대구시당 필승결의대회서 “나는 지방선거 후에 미북정상회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얼마나 사정했으면 하루 전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한다. 결국 남북평화쇼로 6·13 지방선거를 덮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으로 지방선거 (승패)가 결정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2000년 4월 총선 앞두고 디제이(DJ)가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리가 압승했다. 2007년 대선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디엠지(DMZ) 걸어서 방북쇼를 해도 우리가 압승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선거의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러면 선거의 결정적인 요소는 민생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1년 동안 “늘어난 것은 세금 뿐”이라고 했고, “또 늘어난 것은 퍼주기 복지, 앞으로 늘어날 것은 북한 퍼주기”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국민은 내팽개치고 북한 경제 살리게 한다고 유에스비(USB)에 넣어서 김정은에게 넘겨주고 생쇼를 하는 것인 정상인가”라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경기도지사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 현 경기지사에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욕설 녹음’을 틀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남경필 지사에게) 유세할 때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고 유세차에 이재명이 형수와 형에게 육두문자 쓰면서 입에 담지 못할 말한 것 틀어놓고 끝에 가서 한 마디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 지사가) 가처분 신청이 들어 오면 어찌하냐고 한다. 재판 끝날 때까지 계속 하다가 신청하는 순간 그것이 화제가 되어서 도민들이 다 알게 된다. 그러니까 가처분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시작할 때 모든 유세차에 다 틀어라. 그러면 연설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9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도 해당 음성 파일을 틀 것을 권유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홍 대표가 언급한 이 후보의 음성 파일은 이 후보가 지난 2012년 7월 자신과 갈등을 빚고 있던 형수와 통화한 것이 녹음, 편집된 것이다. 이 후보의 형과 형수 쪽이 언론 등에 해당 파일을 공개하자, 이재명 후보 쪽은 대화 내용공개 및 유포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홍 대표의 이런 발언이 법적인 문제를 넘어 의도적으로 화제가 되기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녹음파일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홍 대표의 발언을 통해 뉴스가 되면 사람들이 대체 어떤 발언인지 궁금해 하며 찾아보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티브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최근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단점도 많은 사람"이라며 "그런 점을 상기시킨다면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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