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필승결의대회'에서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후보들과 함께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세론’이냐 ‘문재인 실정론’이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지는 6·13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선거운동 열쇳말은 모두 ‘도로 문재인’이다.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공학만 난무할 뿐 지방정부 성공을 위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선거 공천이 늦어지면서 야권에 견줘 뒤늦게 선거운동에 시동을 건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9일 경남도당 지방선거 전진대회를 시작으로 충북·대전·충남·울산을 방문한 데 이어 13일 부산·제주를 차례로 순회하며 당원들을 대상으로 바람몰이에 나섰다. 오는 16일 추 대표를 중심으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구호를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로 정했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흐름을 지역으로 이어가는 선거”이자 “내 삶을 바꾸는, 지방분권 시대를 실현하는 선거”를 뜻한다고 밝혔다. 이번 슬로건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이 사용했던 구호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변주한 것이다. 여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뒤 1년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한 자신감이 읽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저녁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 4명의 사직서 처리 안건을 다루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예고한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일제히 ‘경제 실정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구호로 ‘안보몰이’에 나섰다가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호응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 경제는 자유한국당입니다”로 방향을 틀어 경제정책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정권교체 뒤 1년이 지났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 울산에서 열린 필승결의대회에서 “지난 1년 동안 내 살림이 나아졌나”라며 “(현 정부가) 세금을 갈퀴로 긁어 ‘퍼주기 복지’를 하고 북한에도 퍼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 남북, 미-북 정상회담 이야기만 하고, 대통령 집무실에 있다는 일자리상황판 한번 비춰준 적 있느냐”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안보에는 ‘신중론’을, 경제에는 ‘심판론’을 호소해 지지층을 결집할 계획이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문재인 때리기’에 집중하며 지방선거에서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에 정상적으로 사회 의제들이 올라오고 지역 공약이 논의돼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논의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저마다 ‘존재감 있는 대안야당’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틈새 마케팅’이 치열하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민생, 경제를 살리는 당은 바른미래당이라는 방향으로 구도를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내 삶을 위한 개혁과 평화!’로 정하고 “급진전되는 남북, 북-미 사이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바른미래당과 정당 지지율 3위를 다투는 정의당은 ‘5비2락’(5번 정의당을 찍으면 정치가 비상하고 2번 자유한국당을 찍으면 추락한다), ‘제1야당 교체’ 등을 구호로 내걸었다.
엄지원 정유경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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