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5월31일 오전 서울역에서 열린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한 결정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유세 자체보다 후보들이 홍 대표 지원을 꺼리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 현상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사전 예고한 대구 유세 일정(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4일 이 일정마저도 취소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은 이날 “홍 대표가 5일 대구에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6·13 지방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강원·충북·서울·경기 지역유세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5일 오후로 예정됐던 대구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 지원유세만은 취소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유한국당은 4일 오전 11시께까지만 해도 홍 대표의 대구 방문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이날 오전 취소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5일로 사전 공지됐던 대구·부산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홍 대표의 영남권 지원 유세가 오히려 선거전에서 역풍만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해, 당 내부에서 대표의 현장 지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구 지역 한 의원은 “만약 대구에 대표가 내려갔는데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홍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그는 “역풍이 너무 세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라면서도 (홍 대표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이번에는 져야 사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가 해온 대북 문제나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제쳐두더라도, 최근 지도부의 백의종군을 권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향해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개’에 비견해 일축한 것을 놓고도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의 지원유세 중단 결정은, 최근 불거진 ‘홍준표 패싱’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대전, 인천, 경기 등을 봐도 그렇고, 후보 쪽에서 달가워하지 않으니 가기도 어렵지 않겠느냐. 제1야당 대표가 이 중요한 기간에 안방에 있겠다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후보들이 방송토론회 같은 빠질 수 없는 사전 일정 탓에 홍 대표의 지원유세 현장에 불참했다고 하더라도, ‘후보가 참석했느냐 참석하지 않았느냐’ 자체를 놓고 시선이 쏠리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지원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한 가운데 남은 선거 기간 그의 일정 등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홍 대표는 차분하게 후보들을 후방지원하며 선거 전개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홍 대표의 자극적 발언이 지역 후보보다 부각되는 현상을 두고 ‘막말 프레임’을 만든 언론 탓이라고 책임을 돌려왔지만, 홍 대표의 지원유세 중단 결정으로 일단 상황 악화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영남권 광역단체장 후보는 “민심의 소리를 잘 들었다고 본다. 늦게라도 중앙당이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유세 중단을 조심스럽게 반겼다. 5선 중진인 심재철 의원도 “대표의 의지가 충분하고, 그런 부분들이 존중받을 것”이라며 “분명히 (지원유세 중단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현장을 책임지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끌어 가기로 했다. 한 당 지도부 의원은 지원유세 중단 배경으로 “홍 대표가 ‘선거가 (민생이 아닌) 북풍으로 흐르고 있다, 현장에선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북관계 관련 강경발언으로 언론을 달궈 온 홍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당 소속 후보들의 인물 면면에 주목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 대표의 빈 자리는 지역 의원들이 맡는다. 그는 “홍 대표는 공중전에 임하고, 재선·3선 의원 등이 각자 지역을 배분해서 현장에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대표는 2~3일에 한번 꼴로 직능단체 중앙회 간담회 등을 열며 대책회의 위주로 선거를 이끌고, 김성태 원내대표·홍문표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지역구에서 투표 독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에도 홍 대표는 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에서 건설업계와 요식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반면,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야3당 대표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이 치러지는 울산 북구로 이동해 박대동 후보를 지원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전부 다 챙길 수가 없어, (판세가) 팽팽하면서도 비교적 (우리 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지역 위주로 최대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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