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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반성문 내걸고…한국당 비상의원총회

등록 2018-06-15 15:47수정 2018-06-15 17:25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모두발언
“이번 선거는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
성일종 의원 등 초선들 “중진 은퇴를”
김무성 의원 “차기총선 출마 않겠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6·13 지방선거 참패 뒤 첫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가 열린 15일, 총회장소인 국회 예결위회의장 양쪽 전광판에는 하얀 배경에 정자체로 쓰인 ‘반성문’이 떠 있었다. 의원들은 넥타이를 하지 않은 노 타이 차림이나, 하얀 블라우스 차림으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예결위회의장으로 들어오기 전 로텐더 홀에는 흰 스피커가 놓여 있었다. ‘대국민사과’를 위한 스피커 장비였다. 하지만 이날 전 의원 합동으로 ‘대국민사과문’부터 발표하고 의원총회를 진행하려던 당 지도부의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한선교 의원이 지도부가 작성한 사과문을 읽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해 보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전광판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를 켜놓고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 쇄신을 위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전광판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를 켜놓고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당 쇄신을 위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모두발언에 나선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은 “무겁고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국민 여러분, 저희들이 잘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수구와 적폐, 국정농단 원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반성하고 자성에 이르지 못한 저희들의 잘못이 크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모든 걸 수용하고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수구기득권, 낡은 패러다임에 머물러있는 보수는 탄핵당했고 저희는 응징당했다”며 “우리가 여전히 수구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다면 국민들은 점점 더 우리들을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무거운 질책과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 자기 보신을 위해서 자기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뒷전에 숨어 뒷짐지고 있던 분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당 전체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무사안일주의·보신주의,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구태보수를 청산하고, 노욕에 쩔은 수구기득권, 보수이념의 해체,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조기전당대회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줌도 안되는 보수당 권력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추한 모습은 더 이상 국민들앞에 용납해선 안된다”면서 “조기전당대회와 비대위구성, 우리당이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마당에 지금 우리가 그걸 논의한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반이 흔들리고 기둥이 뿌리뽑힐 마당에 안방 차지하고 아랫목 차지할 생각할 때가 아니다. 다시 지어야 한다. 금이 간 담장, 주저앉은 처마, 다 도려내고 튼튼한 기반 위에 다시 새집을 지어야 한다.”

그는 “다 헐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당의 구조, 체제, 관행과 반성 모든것을 바꿔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진다”고 힘을 줬다. 그러면서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 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밝히기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김무성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밝히기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한편 김 원내대표 발언 뒤 공개 발언을 요청한 초선 성일종 의원은 책임을 물어 ‘중진 은퇴’를 요구했다. “지난 10년 정부를 맡아 운영해 왔을 때 보수 정치에 책임있게 일했던 중진들은 은퇴를 해주시라”고 요청했다. 그는 “초선들이 당을 바꾸고, 새로운 길을 열어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무성 의원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자기 성찰부터 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질타한 뒤, “처절한 자기 반성과 희생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분열된 보수 통합을 위해 새로운 보수당 재건을 위해 바닥에서 헌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 현재 자유한국당은 비공개로 전환해 비상의총을 진행중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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