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체제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합리적 진보’를 표방한 국민의당 출신들과 ‘개혁적 보수’를 내세운 바른정당 출신들의 노선 투쟁으로 당의 내홍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신환·채이배·김수민 의원, 원외인사인 이지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를 18일 열 예정이다. 이어 19~20일에는 소속 의원 30명 전원이 경기 양평에서 워크숍을 열어 ‘당 화합 방안’을 논의한다. 워크숍의 가장 큰 과제는 ‘정체성 확립’이다. 지난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노선 투쟁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셈이다. 당시 두 당은 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는 강령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라는 표현을 담는 방안을 두고 서로 극렬히 반발해 결국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를 모두 제외한 바 있다.
당내에선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모호한’ 당의 정체성이 지지세력을 끌어모으는 데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이냐를 두고선 이견이 상당하다. 당장 선거 직후 호남 기반의 박주선 전 대표는 “보수만 말했지 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반면 당내에서 ‘보수’ 쪽에 가까운 한 의원은 “바른정당 쪽은 ‘개혁보수’로 정체성이 명확한 반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그들은 ‘호남의 보수’인데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양쪽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야권 전체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헤쳐 모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의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 중에) 바른정당 출신 9명과 보수적 성향 일부가 자유한국당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중 국민의당 출신이 다시 뭉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 정비에 실패할 경우, 독자생존보다는 분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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