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로 우리나라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이 다 랭면 소리하면서 랭면 달라고 한단 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19일 평양 옥류관 2층 연회장에서 열린 남북정상 내외 오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입담으로 눈길을 끌었다. 리 여사는 앞서 김정숙 여사의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한 마술사 최현우씨가 자신을 ‘요술사’로 소개하자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오찬장 헤드테이블에 앉은 리 여사는 남북 정상이나 김 여사 뿐 아니라 수행단과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함께 앉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에게 “평양랭면 오늘 처음 드십니까”라고 말을 건네는가 하면, “그 계기(판문점 회담)로 평양에서도 (옥류관 냉면이) 더 유명해졌다. 외부 손님들이 와서 계속 ‘랭면’(냉면), ‘랭면’한다”라고 말해 좌중에게 웃음을 줬다. 그는 또 “우리나라 찾아오는 외국 손님들이 다 ‘랭면’ 소리하면서 ‘랭면’ 달라고 한다”고 전하며 “굉장하더란 말입니다. 그 상품 광고한들 이보다 더 하겠습니까”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기자에게도 적극적으로 냉면을 권했고, 유 교수에게 들쭉술 건배를 권하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직 시작 안 했는데”라고 ‘제지’를 당했을 정도다.
또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 때 옆자리에 앉았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언급하며 “(옥류관 냉면이) 너무 맛있다고 두 그릇 뚝딱”이라고 하다 웃음을 터트린 뒤 “그런데 오늘 못 오셔서 섭섭하다. 오늘 오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정은 위원장도 “촬영하니까 식사 못하겠구만”이라고 말하거나, “평양냉면을 많이 먹어봤다”는 유홍준 교수에게 “오늘 많이 자시고(드시고) 평가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장에서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정상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 정상회담 주화 등의 기념품을 전달했다. 김 여사는 기념품을 전달하며 “두 분이 지금 역사적으로 만들어낸 큰 것은 더 큰 메달로 기념을 해야 하는데, 이 정도 메달로 해서 제가 (남편에게) 뭐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리 여사도 “저도 두 분께서 우리 겨레와 민족을 위해서 아주 큰 일을 하시리라 굳게 확신을 한다”며 “문 대통령님도 제가 믿고 말입니다, 확실하게. 우리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조금 조금씩 해 나가면서”라고 화답했다.
이날 테이블에는 당근과 숙주, 버섯으로 이뤄진 3색 야채가 한 접시, 백설기와 들쭉술, 평양소주 등이 놓였다. 약쉬움떡, 콩나물김치, 잉어달래초장무침, 삼색나물, 녹두지짐, 자라탕, 소갈비편구이, 송이버섯볶음, 평양랭면, 수박화채, 우메기, 아이스크림 등도 올랐다.
평양공동취재단,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