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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등산덕후’ 꿈 이뤄준 김정은, 사실 그도 백두산을 좋아한다

등록 2018-09-20 10:10수정 2018-09-20 17:54

고비 때마다 백두산 찾는 김정은 위원장
김일성 항일무장투쟁 근거지·김정일 생가도 있어
‘백두산 칼바람 정신’ 강조로 3대 세습 약점 보완
지난 2015년 4월18일 새벽 인민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 행군대원들과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지난 2015년 4월18일 새벽 인민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 행군대원들과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20일 아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남쪽 장군봉에 오른 가운데 김 위원장의 ‘백두산 사랑’이 관심을 모은다. 김 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주요 고비가 있을 때마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은 ‘북쪽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오랜 바람에서 비롯됐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백두산은 두 정상의 이해가 맞닿는 지점이기도 한 것이다.

두 정상의 이번 백두산 방문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정상 만찬에서 문 대통령이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도 백두산은 고비 때마다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양복에 구두 차림으로 백두산에 올라 현지를 시찰하거나 호방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내에도 종종 보도됐다.

김일성 주석의 직계가족을 일컫는 ‘백두혈통’ 출신인 김 위원장이 백두산을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북한은 백두산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근거지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기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양강도 삼지연군 백두산 밀영에는 귀틀집으로 된 김정일 생가가 있다. 김정은의 ‘데뷔’도 백두산과 함께였다. ‘김정은 시대’를 공식 선언한 2011년 12월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사설을 보면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을 “백두산이 낳은 또 한분의 천출위인”, “우리에게는 또 한 분의 태양”이라고 부르며 백두산, 태양 등으로 상징되는 김일성 일가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백두산 사랑은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유별나다. 그는 2014년 이후 ‘고난의 행군’형 캠페인인 ‘백두산 칼바람 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로동신문을 통해 “나는 일이 힘들고 생각이 많아질 때면 백두산에 와서 수령님에 대한 추억도 하고 수령님께서 백두밀림에서 개척하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할 굳은 각오도 다지곤 합니다”(2015년 9월 29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해 신년사에서도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은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뚫고 나가는 완강한 공격정신이며 백번 쓰러지면 백 번 다시 일어나 끝까지 싸우는 간결한 투쟁정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선대보다 유독 백두산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3대 세습의 약점을 백두산의 호연지기를 통해 메우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또 백두산 일대인 삼지연군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삼지연군꾸리기’를 3~4년에 완료하라고 지시한 바 있으며,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를 중요 건설사업의 하나로 거론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백두대지가 끓는다”라는 제목의 영상물에서 선대인 김정일 위원장의 고향을 삼지연군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김정은의 고향을 삼지연군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에도 삼지연군 건설현장 및 생산현장을 찾아 신속한 건설과 함께 백두산지구 생태환경 보존을 강조한 바 있다.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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