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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평양회담 파격 중 파격은 ‘문 대통령 연설’

등록 2018-09-20 23:53수정 2018-09-21 09:45

‘평화’ 얘기할 때 15만 북 주민 호응
“함께 새로운 시대 만든다” 박수갈채
“콜 총리 동독 연설 연상” 평가도
하태경 “대전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박3일의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가장 ‘파격적’인 일정은 평양 시민을 상대로 펼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남쪽의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쪽에서 대중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이 ‘평화’를 말할 때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채운 15만 북쪽 주민은 크게 호응했다. 야당에선 이례적으로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로 대전환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능라도 연설’엔 내용 이전에 ‘장면’ 자체가 빚어내는 충격이 있었다. ‘동토’였던 평양에서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쪽 지도자가 정치연설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던 북쪽 주민들은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말할 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번 연설에 대해 “한반도가 새로운 시대로 대전환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과거 사회주의권의 지도자도 그렇게 많은 주민들 앞에서 대중연설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 최고위원은 “이 큰 변화의 물결에 우리 야당과 보수 진영이 함께해야 한다”며 야권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북한 공연단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공연단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연설 내용도 두루 회자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말했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분명히 약속한 것이다. 그는 또 연설 내내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며 ‘민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목은 단순한 레토릭(수사적 표현)이 아니다”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적대 행위 종식에 대한 확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을 향해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사려 깊은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궁핍을 견뎌낸 북한 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이다. 북한 주민들 역시 이 대목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맥락은 다르지만 이번 연설이 동독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던 헬무트 콜 독일 총리의 드레스덴연설에 비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양공동취재단,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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