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을 놓고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 원내대표도 ‘과거’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공동발의한 법안에서 그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현행법상 남북한은 국가간의 관계가 아님”을 인정하고 제한적인 국회의 남북합의서 동의 권한을 확대하려 했으나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25일 “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북한과의 그 어떤 군사, 안보적 합의도 재정적 부담과 입법을 수반하지 않는 한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 다분히 자의적이고 형식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하루 앞선 24일에도 “국가의 외교·안보적 중대 사안에 대한 비준동의 여부는 국회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이 없는 사안이기에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3항은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과 관련해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동의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지적은 과거 자신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과 배치된다. 18대 국회였던 2010년 김성태 의원이 홍정욱 의원 등 18명과 공동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기존 법이 남북합의서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며 동의권을 국가 간 조약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이 필요한 사항 외에도 ‘상호원조에 관한 남북합의서, 안전보장에 관한 남북합의서,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남북합의서, 우호통상항해에 관한 남북합의서, 주권의 제약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대해서도 국회 동의권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안보 사안에 대한 남북합의서도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김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 현재 주장이 힘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김 원내대표 등은 또 이 법안의 제안취지에서 “현행법상 남북한을 국가간의 관계로 보지 않고 있어 국가간의 조약체결의 경우와는 달리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이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대상도 아니라는 의미인데, 그럼 북한과의 공동선언의 성격이 뭔지 답해보라”던 김 원내대표의 질문에 대한 답이 이미 그가 발의한 법안에 담겨 있는 셈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법안대로라면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 등은 현행법 체계에선 동의가 필요없는 사안”이라며 “무리한 주장이 자승자박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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