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간담회
“성범죄는 약자, 여성 대상 홀로코스트”
“성범죄는 약자, 여성 대상 홀로코스트”
29일 국회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한 서지현 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가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에 나가 인터뷰한 게 딱 1년 전 오늘이었다. 제가 겪었던 강제추행과 인사보복에 대해 가해자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은 많이 보도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추행이 있은지 3년 8개월, 인사 보복이 있은지 3년 5개월만에 1심 선고가 났다. 진실을 밝히는 길이 너무나 멀고도 험했고, 생명을 위협하는 고통이 있었지만 검사로서 피해자로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저 검찰이 정의로워야 한다는것,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아야 당연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 대가로 검사, 변호사도 못하고 평생 집 밖으로 못나와도 후배들이 더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1년간 피해자이자 공직 제보자로 살며 느낀 것은 생명 위협하는 것이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런 고통을 겪고 때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 고통의 원인이 무엇일까.
첫째 조직적 은폐, 둘째 2차 가해, 셋째 피해자다움에 대한 가혹한 요구, 넷째 흥미 위주로 피해사실을 소비하는 언론이다. 먼저 조직적 은폐. 검찰 역시 피해 사실을, 진실을 확인하기보다는 조직 보호 논리를 내세워 은폐에 앞장섰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검찰도 진실 은폐에 앞장서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다음은 2차 가해. 저 역시 그런 글을 올리고 얘기하면 저를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검사로 만들고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 것 등을 예상하며 올렸는데 너무나 적중하는, 그대로의 2차 가해가 이뤄졌다. 음모론부터 정치를 시작하려고 한다, 인간 관계, 업무 능력 문제 등…. 15년간 일해왔고 지금도 소속된, 정의 수호 기관인 검찰과 법무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제 업무 능력과 인간 관계에 대해 아무런 부끄럼이 없다. 문제가 있다고하더라도 피해자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냐? 검찰에서 성범죄가 근절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누구도 서지현처럼 입을 열 수 없다고 한다. 2차 가해가 근절되지 않으면 성범죄 근절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셋째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요구다. 이 사회는 지나치게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피해자는 죽을 듯한 고통에 있는 모습을 강요한다. 피해자다움따위는 없다. 피해자는 누구보다 행복해져야 한다. 가해자야 말로 ‘가해자다움’, ‘범죄자다움’을 장착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부탁한다. 언론은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발견하는 것에는 관심없이, 피해자를 흥미 대상으로 소비하고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에 앞장섰다. 2차 피해, 피해자다움 요구에 언론의 책임이 큰 것도 사실이다. 부디 언론 보도에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근본적인 원인에 관심을 가져달라.
최근 한 책을 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인의 29% 에이즈에 걸렸다. 기대수명이 불과 61살이었던 남아공에서 2011년 치료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에이즈 치료약 보급을 결정한 뒤 7년만에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했다. 저자는 묻는다. 이들은 에이즈때문에 죽은 것인가. 에이즈 치료약을 공공 자금으로 제공하지 못했던 공동체때문에 죽은 것인가.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로 고통받은 것일까. 아니면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한 공동체로 인해 입을 열지도 못한 채 죽어갔던 것일까.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을 열지 못하게 한 것은 그들의 두려움이나 나약함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진실을 들여보기 전에 꽃뱀, 창녀로 부르며 손가락질한 공동체때문이었나. 성범죄는 결코 개인 범죄가 아니라 집단범죄이고, 약자와 여성을 상대로 한 홀로코스트라고 생각한다. 미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는 것, 피해자 보호하라는 것. 더 이상 성범죄에 침묵하지 않는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의를 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라 하는 비정상은 끝내야 한다. 공포로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이 잔인한 공동체와는 이제 작별해야 한다.”
29일 국회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서지현 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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