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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민은 ‘비례의석 산식’ 필요없다”는 심상정 발언, 왜 나왔나?

등록 2019-03-18 20:40수정 2019-03-19 10:38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나경원 “심 의원이 국민은 의석수 알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 17일 심 의원 기자브리핑 맥락과 다른 주장
비례대표 의석 어떤 산식으로 권역별 배분할지는
전문가 집단에 의뢰했으니 기다려달라는 취지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여야 선거제 단일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여야 선거제 단일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안 초안’에 합의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정개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회에서 모여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한 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 쟁점안에 합의하고, 이를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조문 작업을 끝냈습니다. 여야 4당 공식 추인 절차를 남겨뒀지만, 7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 끝에 선거제도 쟁점을 해소한 합의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이튿날인 18일 선거제도 합의 내용뿐 아니라 주목을 받은 것이 심상정 의원의 전날 발언이었습니다. 심 의원 발언에 대한 논란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거졌는데요.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기자들이) 의석수를 어떻게 나누는 거냐고 물었더니 (심 위원장이) 국민은 알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전날 여야 4당의 합의안을 ‘권력야합’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그럼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17일 상황’을 돌아보겠습니다. 당시 국회 의원회관 심상정 의원실에는 오후 3시부터 여야 4당 의원이 모여 선거제도 개혁안 법 조문화 실무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심 위원장도 정의당 소속 의원으로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는 김종민(민주당), 김성식(바른미래당), 천정배(평화당)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약 7시간 뒤인 밤 9시45분 의원실 밖으로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심 의원이 대표로 나서 35분간 여야 4당의 선거제도 개혁안 초안을 설명했고, 이후 약 6분간 기자들로부터 의원실 앞에서 추가 질문을 받았습니다. 공식 설명과 ‘백브리핑’까지 끝난 뒤, 다시 추가 질의응답이 오간 자리였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심 의원의 발언은 바로 이때 나왔습니다. 기자들은 선거제도 개편안의 실제 적용 방식이 아무래도 복잡하다보니 쉬운 이해를 위해 ‘지난 20대 총선을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기자들은 또 앞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회의 중간에 나와 얘기했던 ‘선거제도 개혁에 따라 권역별로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거론하며 이를 다시 물었고, 심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심 의원 : (권역별로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수와 관련한) 산식은 과학적인 수학자가 손을 좀 봐야 한다.

A기자 : 저희가 이해를 못 하면 국민도 이해를 못 한다.

심 의원 : 국민은 산식(계산 방법)이 필요 없다. 우리가 컴퓨터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을 알면 되지 부품까지는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

심 의원의 발언만 놓고 보면 심각한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얘기에는 맥락이 중요합니다. 이 자리에서 심 의원은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을 계산하되, 비례대표 의석은 ‘연동률 50%‘를 적용해 먼저 배분하고, 이런 방식으로 나누고도 남은 비례대표 의석을 다시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2차 배분한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 정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을 ‘어떤 기준‘으로 전국 6개 권역별로 배분할지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심 의원은 이 부분과 관련해 미리 작성된 ‘권역별 비례대표 명단’을 토대로, 각 정당의 권역별 정당득표율과 권역별 지역구 당선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배분하는 방식을 설명하면서도 “여러분이 깊이 안 들어가는 게 좋다. 취지는 합의했지만 (합의한) 산식이 최종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국민이 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권역별로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산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전문가 집단에 맡겨놨으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취지였습니다. 또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지역주의가 조금이라도 완화되는 등의 선거제도 개편 의미가 더 부각돼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심 의원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현 제도에서도 비례대표 숫자를 나누는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산출 방식은 복잡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식에 따라 계산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간다”며 “이번에도 산식은 전문가에게 의뢰해놨고, 그걸 가지고 소상히 설명할 수 있으며 어제는 ‘원리‘에 합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신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다. 원내대표가 정치개혁이라는 큰 호박을 굴리려고 해야지 말꼬리나 잡는 좁쌀 정치를 해서야 되겠냐. 진심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달라고 말씀드린다. 나 원내대표가 독한 말을 많이 하는데, 어제도 바른미래당에 대해 대화와 압박을 하겠다고 하고, (여야 4당 선거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선거법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공작정치를 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는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의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말을 좀 가려서 해주길 바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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